탄핵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부동산시장도 ‘시계 제로’ 상태에 놓였다. 특히 조기 대선 가능성과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부재로 내년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많은 수요자들이 언제 집을 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11일 동아일보는주택시장 전문가 4명과 함께 탄핵안 가결 이후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을 전망하고 주요 변수를 짚어봤다.
○ “집값 하락 가능성 커졌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정국 불안으로 내년 집값 하락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 윤곽이 나올 때까지 수요자들이 매수를 미루고 시장을 관망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부터 활황세를 보였던 부동산시장은 청약 1순위 자격을 까다롭게 한 11·3 대책을 계기로 빠르게 움츠러들었다. 금융당국 역시 최근 신규 분양의 중도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시장 자금줄을 조이고 있다. 여기에 정국 불안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는 물론이고 실수요자들도 지갑을 열기 힘들어졌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부동산을 사들이기보다는 현금을 갖고 있으려는 수요자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부동산센터장도 “한국 경제가 내년부터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정책당국은 일사불란하게 대응하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체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만 나 홀로 호황을 이어가기는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을 빨리 내리더라도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기는 어려울 거라는 예상도 나왔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들이 현 정권과의 ‘선 긋기’를 위해 시장안정·주거복지 위주의 부동산 정책 내놓을 가능성 크다”고 내다봤다.
○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유예도 변수
내년 집값에 대해서는 ‘상반기(1∼6월) 보합·하반기(7∼12월) 약세’를 전망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 금리인상, 입주 물량 증가 등 정국 불안 외에도 내년 집값을 떨어뜨릴 요인이 많다는 것이다. 양 실장은 “입주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내년 6월을 기점으로 지방과 수도권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집값이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유예기간이 내년 연말에 끝나는 것도 큰 변수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정국에서는 유예기간이 추가로 연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그동안 시장 활황세를 주도했던 강남 재건축의 수익성도 떨어질 것으로 본다”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내 집 마련을 내년 말 이후로 미룰 것을 권했다. 꼭 집을 사야 하더라도 탄핵 심판과 조기 대선이 끝나는 내년 상반기 이후로 늦추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함 센터장은 “지금은 시장 환경이 지난해·올해 초와는 전혀 달라졌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과 신규 분양의 중도금·잔금대출 규제가 잇따라 강화된 만큼 많은 빚을 끼고 집을 사는 건 위험해졌다”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단기간에 매매가가 떨어져 ‘깡통전세’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세 수요자라면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80% 이상으로 지나치게 높은 곳의 전세는 피하는 게 좋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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