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처음 열린 7차 주말 촛불집회는 전보다 홀가분한 분위기에서 축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적지 않은 시민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의식해 “안심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영하의 날씨였지만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주최 측 추산 80만 명(경찰 추산 12만 명)이 모여 다시 촛불을 들었다.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을 ‘박근혜 정권 끝장내는 날’로 선포했다.
3일 6차 촛불집회 때 전국적으로 232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성난 민심은 다소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주말 촛불집회에 7번 모두 참석했다는 회사원 김병탁 씨(32)는 “역사의 현장에서 ‘촛불의 힘’을 기억하고 서로의 노고를 칭찬하고 축하하자는 의미에서 광화문광장에 다시 왔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도넛, 닭발 진액, 커피 등을 서로 나누며 축제 분위기에 동참했다. 이곳저곳에서 “우리가 승리했다”를 외치며 북과 장구 등 풍물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자녀와 함께 집회에 나온 이성희 씨(45·여)는 “지난주 집회보다 분노감이 많이 사그라졌다. 먹을거리도 많아지고 밝아진 분위기 속에서 탄핵안 가결의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본행사에 앞서 시민들은 6차 촛불집회와 마찬가지로 청와대 100m 거리까지 동·남·서쪽으로 에워싸는 방식으로 행진했다. 동쪽은 청와대 춘추관 방면 진입로인 종로구 팔판동 126맨션 앞, 남쪽은 청와대 사랑채 인근, 서쪽은 효자치안센터 앞까지다. 경찰은 집회와 행진 일부를 금지 또는 제한했지만 법원은 전과 마찬가지로 시간 제한을 조건으로 이를 허용했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많은 시민은 “박 대통령이 여전히 청와대에 머물고 헌재 결정과 특검 수사 등이 남은 만큼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에 사는 윤나영 씨(43·여)는 “주말·평일 촛불집회 규모가 점점 줄어들면 특검 수사와 헌재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 봐 걱정된다. 이럴 때일수록 촛불 민심에 더욱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탄핵안 가결을 반영한 기발한 풍자물이 쏟아졌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야 3당 탄핵 추진 합의가 성사되면 장을 지진다”고 발언했던 것을 두고 ‘이정현 의원, 장 지지러 갑시다’라는 구호가 쓰인 깃발과 피켓이 등장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암살’ 포스터를 패러디해 ‘근혜, 중독된 여자’ ‘닭살’로 풍자한 포스터들도 곳곳에 나붙었다.
서울 외 지역에서도 탄핵안 가결을 축하하고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계속됐다. 박근혜 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는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대형 태극기를 들고 행진하는 등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전남 여수시 거문도 해상에서는 주민들이 어선 10척에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깃발을 걸고 퍼레이드를 펼쳤다. 이날 지방에는 24만 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4만6000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퇴진행동은 17일 8차 집회도 예고했다. 광화문광장에서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행사를 열고 행진 경로에 헌재 주변도 포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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