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대기업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의 뇌물 성격을 파악하기 위한 사전 수사 단계로 삼성, 롯데, SK, 현대차 등 대기업 관계자들을 차례로 비공개 접촉 중인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재계는 특검 수사에서 솔직한 진술을 하지 않으면 기업에 대한 압박 가능성을 시사한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검 수사팀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3차 소환 요청에 맹장 수술 등을 이유로 거절했던 삼성전자 박상진 대외담당 사장 등을 18일 접촉하고 비공개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특검 관계자들이 접촉을 시도해 면담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특검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준비 상황인 점과 수사 기밀 (유지) 등을 고려해 특검 사무실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만났다”라며 “정식 수사 개시에 앞서 (참고인이나 피의자 등) 어떤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지 등을 결정하기 위해 접촉했다”라고 밝혔다. 특검은 출국 금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소환 시기와 방식도 검토할 방침이다.
재계는 이를 “기업 운영에 대가를 바라고 후원한 적이 없다”라는 주장을 유지한 대기업들을 향한 특검의 압박이 가시화됐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혐의 적용과 관련해 특검의 핵심 수사 타깃은 최순실 씨와 딸 정유라 씨(20)에게 거액을 후원한 삼성이지만 다른 대기업들도 특검의 칼날을 맞을 수 있다. 특히 박 특검과 윤석열 부장검사 등 수사라인 상당수가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수사를 담당해 그룹 내 의사결정 구조를 꿰뚫고 있는 만큼 현대자동차그룹도 집중 수사 대상 1순위로 거론된다. 롯데그룹과 SK그룹은 특수본 수사 말미 때부터 제3자 뇌물 수수 혐의 적용이 집중 검토됐다.
무엇보다 박 특검이나 윤 부장검사 모두 우회로를 찾기보다는 강력한 정공법을 구사한 경우가 많아 대기업 재원 모금에 직권 남용 혐의보다는 수뢰 혐의를 곧바로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이미 특수본 수사에 얼개가 잡혀 있고, 특검이 추가 증거와 진술을 이끌어 낼 경우 적용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16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심판 답변서는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피고인인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구속 기소)이 법정에서 내놓을 진술과 공소 사실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 전 수석 수사에 핵심 증거로 파악된 ‘수첩 속 메모’에 대한 수석 자신의 입장과 공소 사실에 대한 입장 등은 특검 수사에서도 중요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특히 안 전 수석의 메모에 박 대통령의 발언이나 지시가 명확한 문장 형태로 돼 있지 않아 변호인과 검찰의 ‘시각 차’가 크다.
20일로 준비 기간이 종료되는 특검팀은 청와대에 대한 직접 압수수색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특검은 앞서 특수본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할 때도 압수수색 영장은 발부됐지만, 집행 과정에서 불승인된 만큼 이를 돌파할 법리를 마련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인 만큼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승인 여부를 결정할 주체에 대해선 “특수본 수사 당시 불승인의 주체였던 경호실장과 비서실장이 결정하리라 본다”라고 말했다.
한편 특검은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이 최순실 측근을 만나 청문회 증언을 사전 모의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국회 고발장이 정식으로 접수되면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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