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9차 촛불집회, 메리 크리스마스 아닌 ‘하야 크리스마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3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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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열리는 9차 촛불집회는 헌법재판소를 향해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기존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축제 성격의 집회가 될 전망이다. 주최 측은 당일이 성탄 전야인 점과 영하로 떨어진 날씨를 감안해 투쟁적 성격의 시위 형태는 자제하고 콘서트 등 즐길 거리를 늘렸다.

매주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2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차 촛불집회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열린다는 점을 감안해 '하야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열어 축제 분위기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본 집회는 오후 4시에 시작한다. 오후 6시 행진을 한다. 퇴진행동 소속 청년들이 산타복장을 입고 행진 선두에 선다. 광화문광장에 다시 모여 오후 7시 30분 하야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한다. 가수 연영석 씨, 성악가 루이스 초이 씨, 서울재즈빅밴드가 공연을 하며 시민들이 '캐럴 가사 바꿔 부르기' 무대를 꾸민다.

퇴진행동은 청와대 앞 100m 지점인 효자치안센터 앞과 헌재 방면, 총리공관 100m 앞까지 행진해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지만 경찰은 해당 장소에서의 행진과 집회를 일몰 시간인 오후 5시 30분경까지만 가능하다고 조건 통고했다. 퇴진행동 측은 이에 반발해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주최 측은 "지난주에도 법원이 오후 10시 30분경까지 행진과 집회를 허용한 만큼 이번에도 같은 결정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친박 단체인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도 같은 날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누가 누가 잘하나' 집회를 연다. 오후 4시 국민의례로 개회하며 서울시청 포위 함성, 행진, 크리스마스이브 문화 행사 등을 진행하고 오후 9시에 마무리한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날씨가 영하로 떨어져 무리하게 청와대까지 행진하다 부상 위험이 있어 행진을 서울시청을 포위하는 정도로 축소했다"며 "다만 성탄 전야 열리는 야간집회인 점을 감안해 야광 태극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헌재가 탄핵심판 인용 결정을 내릴 때까지 촛불집회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집회 장기화에 따른 국민들의 피로감 등을 고려해 촛불집회 공간과 형태가 더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집회 참여 인원이 100만 명을 넘어선 이후 계속 줄어든 추세다. 일정 시간이 소요되는 헌재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집회 참여만으로 얻는 만족감은 줄어들 시기다. 연대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는 형태를 늘리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당장 실현 불가능한 '퇴진' 구호를 함께 외치자는 건 더 이상 국민 호응을 이끌어내는데 한계가 있다. 집회 현장에 오면 '하나가 된 국민'임을 느끼고 즐기는 장이자 역사의 현장이란 걸 계속 느끼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김단비기자 kub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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