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순실 “공직기강 잡아야” 대통령 행세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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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성 녹취파일 12건 全文 확인
“대통령 연설에 문구 넣어라” 지시… 해외 나가서도 국정 관여한 정황
총리 대국민 담화 시간까지 정해


 동아일보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의 휴대전화에 녹음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등과의 통화 녹취 파일 28분 34초 분량 12건의 전문을 5일 확인했다. 정 전 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51)과 각각 나눈 통화 내용도 파일에 포함돼 있다.

 파일에는 최 씨가 “이제 공직 기강을 잡아야 한다”며 정 전 비서관에게 사실상 지시하고, 독일로 추정되는 해외에서도 정 전 비서관을 통해 국정을 농단한 뚜렷한 정황이 나온다.

 최 씨는 정 전 비서관과의 통화에서 “국익과 직결되는 문제라 앞으로 그런 것이 지켜질 수 있도록 국회가 좀 협조를 해야지”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연설문 내용을 거론하면서 “(박 대통령을) 자꾸 공격의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에둘러서 이제 공직 기강을 잡아야 될 것 같아. 그런 문구를 하나 넣으세요”라고 지시했다.

 파일 전문 분석 결과 최 씨는 마치 대통령처럼 행동했다. 박 대통령의 공식 일정과 국무총리 대국민 담화 발표 시간을 마음대로 정하고,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대통령수석비서관 회의와 국무회의 개최 지시를 내렸다. 또 외국인투자촉진법이 통과될 경우 경제적 이득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예산 정국에서 야당에 대한 대응 방안도 제시했다.

 또 최 씨는 “여기는 2시니까 내일 언제까지 올릴 수 있냐?”, “그거 다 어떻게 되는 거야?”라며 외국에서도 정 전 비서관을 통해 국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파일에는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과 통화하며 연설문 문구를 결정하는 대화가 다수 포함돼 있다. 박 대통령은 “아주 국민들 속 터지는 것, 뭐, 그런 것, 부채 공기업 부채”, “그 무기 부실, 하긴 뭐, 하여튼 저기 큰, 특히 공공기관 방만한 운영” 식으로 말을 완결 짓지 못하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이재만 전 비서관은 정 전 비서관과 통화하며 “그 마사회 말이야. 공모 거치는 게 맞고”라며 한국마사회장 인사 절차를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검찰에서 넘겨받은 이 녹취 파일 12건을 분석하며 국정 농단의 실상을 확인하고 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김준일·장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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