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시계 카운트다운]헌재소장 “3월 13일前 탄핵 결정”
정족수 6명… 7명이 결정 부담, 朴대통령측 “국회와 교감 있었나”
박한철 소장 “재판부 모독” 고성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25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3월 13일 이전에 결정이 선고돼야 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공개한 것은, 평소 언행이 신중한 박 소장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자신이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헌재를 떠나게 된 데다, 이정미 재판관마저 3월 13일에 퇴임이 예정돼 있어 자칫 심리가 더 늦어지면 탄핵심판이 파행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박 소장은 탄핵심판 결정 전 재판관 9명 중 2명이 공석이 되는 것은 ‘헌법적 비상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헌재가 신속함을 강조해 공정성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 추가 증인 신청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중대 결단을 할 수도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리인단 전원이 사퇴를 해서라도 헌재 심리를 이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 “3월 13일 넘기면 심판 결과 왜곡 가능성”
박 소장은 이날 탄핵심판 결정이 3월 13일 이전에 내려져야 하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박 소장은 “헌재의 결정은 9인의 재판관들이 치열하게 논의해 도출하는 것”이라며 “재판관 각자가 9분의 1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또 “저에 이어 재판관 1인이 추가 공석이 되면 한 사람의 공백을 넘어 심판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걱정했다.
1월 31일 박 소장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 2월부터는 3월 13일 퇴임 예정인 이 재판관이 소장 권한대행을 맡아 ‘8인 재판부’로 탄핵심판이 진행된다. 또 3월 13일 이전까지 선고를 하지 못하면, 7명의 재판관이 탄핵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것.
대통령 탄핵심판은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찬성할 경우 파면이 결정된다. 이는 재판관이 7명으로 줄어들면 단 2명의 재판관만 반대해도 탄핵 기각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전 국민의 뜻을 골고루 반영하도록 재판관 9명을 두도록 한 헌법의 취지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게 박 소장의 판단이다.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3월 13일을 넘기면 대통령을 파면하는 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 “교감 의혹” vs “헌재 모독”
박 소장의 발언 직후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권성동 국회 소추위원단장이 전날 한 언론과 ‘3월 초 탄핵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인터뷰를 했는데 박 소장도 그런 말씀을 하시니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반발했다.
이에 박 소장은 “마치 물밑으로 다른 의사소통을 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재판부를 모독하는 것이다. 근거 없이 재판 절차가 공정하지 않다고 하는 발언은 용납할 수 없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 변호사는 일단 한발 물러섰지만 심리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소장의 후임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면 되고, 이정미 재판관 후임도 대법원장이 지명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3월 13일 이전에 꼭 결정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권 소추위원단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대리인단이) 저와 헌재가 내통한 것처럼 허위 주장을 하며 중대 결단을 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안 받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경우에 따라 ‘전원 사퇴’의 강수를 둘 수 있다는 자세로 헌재를 압박하고 있다. 그럴 경우 헌재는 국선대리인을 선임해 탄핵심판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절차를 거쳐 탄핵 결정이 내려지게 되면 박 대통령 측이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리인단 전원 사퇴’가 현실화될 경우 헌재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박 대통령 측이 새로운 대리인단을 구성할 때까지 기다릴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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