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측 “여론법정 서는게 낫다” 사실상 지지층 동원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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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인터뷰 후폭풍]헌재 탄핵심판 불리하다고 판단
‘최순실 사태 기획설’로 여론전… ‘촛불 vs 태극기’ 대결구도 만들기
새누리 대선후보 낼것도 기대… 정치지분 확보 ‘사면 카드’ 노린듯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한 인터넷 방송과의 돌발 인터뷰를 통해 ‘최순실 사태 기획설’ 등을 제기하며 전면적인 여론전에 들어갔다. 3월 초까지 탄핵 선고가 이뤄질 것이 유력한 만큼 앞으로 한 달여 동안의 여론 향방이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박 대통령이 ‘콘크리트 지지층’ 결집으로 탄핵 반대 여론을 증폭시키기 위해 또 다른 후속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뭔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도 있을 것이고, 체제에 반대하는 세력들도 합류한 것이 아닌가”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최 씨가 고영태 씨를 지칭해 “나를 모함하기 위해 작전을 꾸몄다”고 주장한 것과 맥락이 비슷하다. 최 씨와 고 씨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고 씨가 폭로에 나서자 대통령을 반대하는 세력과 일부 언론이 이를 조직적으로 이용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는 철저히 계산된 발언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기존 지지층에 ‘나는 억울하다’는 메시지를 발산함으로써 동정 여론을 자극하겠다는 것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열성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SOS”라고 해석했다. 여권 관계자는 “탄핵 심판을 지연시킬 동력을 확보해 헌재 및 특검과 싸워 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근거가 약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며 촛불집회를 2008년 광우병 파동과 비교하고, “(태극기 집회에) 촛불시위 2배 넘는 정도로 열성을 갖고 많은 분들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21일 150만 명이 태극기 집회에 참석했다는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의아하게 들릴 수 있는 대목이지만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를 근거로 ‘샤이(Shy) 박근혜’ 지지자들에게 ‘탄핵 반대’ 결집을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차기 대선과 관련한 발언도 했다. 박 대통령은 정당을 ‘같은 이념을 공유한 결사체’로 정의하면서 “(새누리당이) 그런 결사체가 되면 대선 후보가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새누리당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바른정당을 견제함으로써 TK(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영향력 회복을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정치적 해법을 모색해 보겠다는 그 나름의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차기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나타난다면 궁극적으로 ‘사면 카드’ 같은 정치적 해결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특검의 대면조사를 받은 뒤 추가적인 기자회견이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장외 여론전’을 계속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박 대통령이 전날 인터뷰에서 헌재 출석 문제와 관련해선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밝힌 만큼 헌재에는 출석을 하지 않거나 2월 말까지 미룰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질 줄 아는 모습을 국민은 보고 싶어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어서 안타깝다”며 “국민들 마음이 참담하지 않을까 싶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도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 적반하장식 태도에 아연실색”이라며 “국민이 바라는 건 빗나간 여론전이 아닌 진실 하나임을 알기 바란다”고 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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