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조차 “설명 좀 해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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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원 주심재판관 9일 변론때… “재단 좋은 취지라면 왜 증거 없앴나”
朴대통령 의견서에 10여차례 질문, 변호인단 설명 못하자 “서면 제출”
23일 최종의견서 해명 내용 주목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과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양측에 탄핵심판에서 그동안 주장한 내용을 종합 정리한 서면을 23일까지 내라고 통보했다. 양측은 이 서면에서 그동안 재판부가 헌재 심판정에서 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도 해야 한다.

특히 박 대통령 측은 헌재 재판관들로부터 각종 의혹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해 달라”는 요구를 여러 차례 받은 상태여서 이번에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관심이다.

○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좋은 뜻이면 왜 증거 인멸하나”

탄핵심판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9일 열린 12차 변론기일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3일 제출한 ‘소추사유에 대한 피청구인(박 대통령) 입장’이라는 제목의 의견서 내용에 대해 10여 차례 질문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알아보겠다” “추후 답변하겠다”며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강 재판관이 “대리인들이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의견서를 작성) 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질문에 하나도 답변을 못했다”고 핀잔을 줄 정도였다.

헌재는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에게 청와대 문건 등 각종 기밀이 유출된 데 대해 “중요 기밀이 오가는데 민정수석실에서 체크가 안 될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강 재판관은 “2014년 12월 ‘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 감찰도 있었는데 그 이후에도 자료들이 빠져나간 경위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은 좋은 취지로 한 일”이라는 박 대통령의 해명에 대해서도 헌재는 보충 설명을 요구했다. 강 재판관은 “좋은 뜻으로 한 일이면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은 왜 증거를 없애고 위증을 지시했느냐”고 물었다. 박 대통령 측은 “들은 얘기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에 강 재판관은 “너무 모순이지 않느냐. 그 부분이 설명이 안 된다”고 재차 지적했다.

○ “대통령이 사기업에 인재 추천 전례 있나”

박 대통령이 최 씨 소유의 회사 더블루케이에 대해 “최 씨와 관련된 줄 몰랐다. 공익재단(K스포츠재단) 일을 헌신적으로 한다고 해서 중소기업 지원 차원에서 도왔다”고 주장한 것도 헌재는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강 재판관은 “더블루케이는 고영태 씨(41)와 여직원뿐인 회사인데 대통령에게 ‘실력 있는 업체’라고 보고된 것은 허위 보고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KT가 안 전 수석의 요구로 이동수 씨(56)와 신혜성 씨(44·여)를 각각 전무와 상무보로 채용한 데 대해 박 대통령은 의견서에서 “유능한 전문가여서 취업을 알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재판관은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했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전례가 있나”라고 물었다. 이 변호사는 이에 대해서도 “알아보겠다”며 답변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23일까지 헌재가 한 모든 질문에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에도 충분히 해명하지 못하면 이는 헌재의 탄핵 여부 결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미르재단#재판#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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