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다가오면서 찬반 측의 대립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온라인에는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김평우 변호사를 살해해야 한다는 글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올 들어 최대 규모의 촛불 및 태극기 집회가 25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양측의 충돌 우려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24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온라인 카페에 ‘이정미만 사라지면 탄핵 기각 아니냐’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헌재가 7인 체제가 되면 탄핵 기각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정미가 판결 전에 사라져야 한다. 나라를 구할 수 있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이정미 죽여버리겠다”고 적었다. 현재 해당 글은 지워진 상태다. 경찰은 게시자의 정확한 신상정보를 파악 중이다.
이 밖에 “청년암살 살수단 모집” “유관순 윤봉길 안중근처럼 사즉생의 각오로 좌초될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고자 하는 애국열사를 모신다” “할복 준비물은 30cm 회칼, 흰 장갑, 유언장” 등 섬뜩한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탄핵 찬성 측의 발언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이끄는 전봉준투쟁단은 3차 궐기문에서 “모든 것을 바치고 버려도 아깝지 않은 결정의 시기가 도래했다”며 “전봉준 깃발을 높이 들고 청와대에 입성하자”고 주장했다. 이 밖에 온라인에는 탄핵 기각 시 청와대 진격을 부추기는 내용을 비롯해 “(박 대통령 대리인단인) 김평우 사살하라” “평화적인 대응 방법은 끝났다” “회칼로 부역자들 숨통을 잘라내자” 등의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상황 역시 일촉즉발이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한 카페 앞에서는 보수단체 회원들의 항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이 카페에는 박 대통령 누드 풍자로 논란이 된 ‘더러운 잠’ 등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 20여 점이 전시 중이다. 전시 소식을 들은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열면서 경찰 70여 명이 배치됐다.
탄핵 찬반 측의 대규모 맞불 집회는 최종 변론기일 이틀 뒤 3·1절에 다시 열린다. 보수단체는 300만 명 이상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진보단체도 이날 오후 촛불집회를 연다.
경찰 관계자는 “모니터링 결과를 분석해 보니 온라인상의 갈등 수위가 역대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현 갈등 상황을 미리 봉합하지 않을 경우 탄핵심판 선고 후 심각한 후폭풍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양측의 대립이 극에 달했다”며 “헌정질서를 부정하거나 갈등을 부추기는 일은 매우 심각한 행위라는 점을 양측 모두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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