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박 대통령 측은 오후 3시 26분부터 변호사 15명이 4시간 51분 동안 연이어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심판정에 출석한 변호사 18명 중 3명을 뺀 나머지 전부가 발언을 한 것이다.
반면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이보다 앞서 오후 2시 8분부터 변호사 4명이 1시간 14분 만에 변론을 끝냈다.
박 대통령 변호인단은 재판부를 직접 압박하는 전략을 썼다. 듣기에 따라서는 ‘협박’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수위가 높았다. 손범규 변호사는 “(재판관들이) 속단해 심판을 강행한다면 훗날 재심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모든 법조인은 법을 알고도 묵살한 사람으로 기록되고, 역사의 죄인이 되어 후손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를 직접 압박하는 전략을 썼다.
또 헌법재판관 출신인 이동흡 변호사는 “공범들의 유죄 판결도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굳이 서둘러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은 성급하고 무리한 처사”라며 “파면 이후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등에게 무죄가 선고되면, 헌재는 헌정질서의 파괴를 조장하였다는 엄청난 비난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공격의 초점을 촛불집회에 맞췄다. “이번 탄핵사건은 과장·왜곡된 언론보도가 시민들의 도덕적 감정을 자극했고, 분노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면서 시작됐다”며 “촛불 민심에는 순수한 시민적 공분도 있지만 특정 정치세력의 불순한 정략도 뒤엉켜 있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 대리인단 채명성 변호사는 “여론이 나쁘다고 대통령을 탄핵한다면 여론재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압박을 이어나갔다.
지난주 ‘막말 변론’ 논란을 일으켰던 김평우 변호사는 이날도 아슬아슬한 발언으로 재판부의 지적을 받았다. 김 변호사가 변론을 하는 동안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발언 내용을 꼼꼼히 따져가며 간혹 부적절한 단어 선택이나 표현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국회의 (탄핵) 소추장을 보고 국어 공부를 하면 큰일 난다”며 “비선 실세가 무슨 뜻인지는 아나? 남을 때려잡으려면 정확한 용어를 써야 한다. 뜻도 모르는 말로 대통령을 잡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권한대행이 끼어들어 “용어 선택을 신중히 해 달라”고 지적하자, 김 변호사는 “용어 선택이 부적절했다. 쉽게 전달하려고 그랬다”며 사과했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김 변호사를 바라보는 것이 불편한지 눈을 감은 모습이었다.
김 변호사는 또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 대통령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해 “세월호 피해자를 구호해야 하는 정치적인 책임은 조선시대 왕에겐 있겠지만 21세기 국가에서 이런 논리를 내세운다면 외국 사람들이 웃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계속 탄핵소추위원단 측을 바라보며 변론을 하다 이 권한대행에게서 “재판관을 보고 (변론) 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김 변호사가 “그렇네요”라며 곧바로 몸을 돌리자 탄핵소추위원단과 방청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권성동 소추위원단장은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국민이 맡긴 권력이 피청구인(박 대통령)과 비선 실세라는 사람들의 노리개가 됐다”며 “지난 몇 달 동안 국민은 비정상적 사건들을 매일 접하며 분노와 수치, 그리고 좌절을 경험했다”고 비판했다. 권 단장은 변론 중 “(우리 국민은) 자유와 정의 수호의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왔습니다”고 말할 때는 잠시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또 소추위원인 황정근 변호사는 박 대통령 소추 사유 17개를 일일이 나열한 뒤 재판부에 “대통령은 결코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법치의 대원칙을 분명하게 선언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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