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절차 존중’은 뒷전… 탄핵이후 주도권 노려 선명성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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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키우는 정치권]‘특검연장법-황교안 대행 탄핵’ 논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정치권은 ‘아스팔트 민심’에 편승해 국론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특검법 개정안 직권상정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등을 밀어붙이면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여당인 자유한국당은 연일 탄핵 기각을 압박하며 갈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

○ 국회의장 압박하고 책임은 떠넘겨

28일 야당 대선 주자들은 특검 연장 법안 직권상정을 위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직접 압박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유한국당의 반대 때문이라면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특검 연장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정 의장의 고심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결단할 수 있도록 야당들이 명분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역시 전날 “직권상정이 문제를 푸는 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두 대선 주자는 특검 수사기간 연장 무산 책임을 놓고 곧바로 날선 공방전을 벌였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탄핵 정국에서 민주당이 총리 교체를 반대한 것을 지적하며 “민주당에 책임이 있다. 문 전 대표의 설명과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선(先)총리 임명 제안은 탄핵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제안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 무리한 황 권한대행 탄핵 시도

두 야당의 대선 주자들이 충돌한 것은 황 권한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에 대한 야권의 대응 카드가 시작부터 ‘무리수’라는 비판 속에 무산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먼저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추진하기로 한 황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은 야권 내에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돼 있는 특검 연장 거부와 탄핵안이 의결된 박근혜 대통령을 보호한 것을 이유로 탄핵까지 하겠다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다. 특검 수사기간 연장 법안 역시 현재로서는 통과시킬 방법이 마땅치 않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두 야당이 탄핵 이후 주도권 다툼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야권 지지층을 자극하기 위해 실현 가능성이 낮은 강경책들을 내놓으며 책임을 떠밀고 있다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 일부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에 휘말렸던 트라우마가 있다”며 “탄핵 정국에서 야권 지지층에 선명성을 부각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 탄핵심판 승복 놓고 ‘오락가락’

대선 주자들이 지지층과 전략에 따라 헌법재판소 심판에 대한 승복 여부를 놓고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갈등과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헌재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탄핵 기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다. 안 지사는 이날 “‘예스’나 ‘노’로 답하는 것이 탄핵 가결을 바라는 많은 국민의 입장을 고려하면 왜곡된 메시지로 자꾸 전달되기 때문에 대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말 ‘탄핵 기각 시 혁명밖에 없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27일 “객관적인 예측을 말한 것이지 제가 혁명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기각이 된다면 민심과 워낙 동떨어져 국민이 승복할 수 있을 것인가. 국민이 승복할지는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한국당에서는 헌재와 특검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김진태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이 이런 식으로 한다면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위협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지지자들이 보내온 생일 축하 편지에 대한 답신 형식으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을 독려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황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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