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달 28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공소장은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 공소장이었다. 범죄 일람표를 포함해 A4용지 51쪽 분량인 최 씨의 공소장에는 ‘박 대통령과 최 씨가 범죄에 공모했다’는 표현이 여러 차례 나온다. 특검은 공소장에서 “(최 씨가) 대통령의 공적 업무와 사적 영역에 깊이 관여하면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또 최 씨가 각종 이권에 개입하며 받은 대가를 박 대통령과 공유한 것으로 판단했다.
○ “박 대통령-최순실, 재단 공동 운영”
최 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최 씨와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을 ‘공동 운영’했다. 최 씨는 2015년 두 재단을 설립하면서 재단 이사 진용을 직접 짰으며 재단의 운영 방향, 사업 내용을 실질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재단 관계자들이 최 씨를 ‘회장님’이라고 부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두 재단은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에 맞춰 각종 사업을 짰고, 박 대통령은 두 재단 운영에 개입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할 때 미르재단 관계자가 동행해 이란에 한류를 확산시키는 ‘K타워(K-Tower)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나,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 3개국 순방 당시 발표한 식품 원조사업 ‘K밀(K-Meal)’ 사업을 미르재단이 맡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특검은 공소장에서 두 재단 설립이 최 씨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고 밝혔다. 최 씨가 2015년 5월경 박 대통령에게 “대기업 돈을 걷어 재단을 만들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반면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 씨의 공소장에서 “두 재단 설립은 2015년 7월 박 대통령의 4대 국정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에 맞춰 추진됐다”고 밝혔다.
○ “집값 옷값 대납” vs “직접 냈다”
특검은 공소장에서 박 대통령과 최 씨가 경제적으로 얽힌 관계로 규정했다. 특검은 “최 씨가 1990년경 어머니 임선이 씨와 함께 박 대통령을 대신해 서울 삼성동 사저 매매계약을 했고 집값도 치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살았던 이 사저의 가격은 2016년 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25억3000만 원이다. 또 최 씨는 박 대통령이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된 1998년경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직원에게 박 대통령 사저의 관리를 돕도록 했으며, 박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 관저 및 안가의 인테리어 공사를 담당했다는 게 특검 조사 결과다.
특검에 따르면 최 씨는 1998년부터 박 대통령의 의상 제작 비용을 대납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대납한 옷값과 의상실 운영비는 약 3억8000만 원이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최 씨가 삼성동 사저를 대신 구입해줬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은 (그 전에 살았던) 서울 장충동 집을 매각한 돈으로 사저를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또 “옷값 및 의상실 운영비를 최 씨가 대납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며, 박 대통령은 관련 비용을 모두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 최 씨 지인의 과외교사, 정유라 대리수강
최 씨의 공소장엔 하정희 순천향대 교수(40)의 혐의가 포함돼 있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의 이화여대 학사 비리에 개입한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 교수는 최 씨와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에서 처음 만난 사이로 최 씨에게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56·구속 기소)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에 따르면 최 씨는 2015년 3, 4월경 하 교수에게 “이화여대 인터넷 강의를 대리수강해 줄 사람을 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 씨는 자신의 아들 과외 교사인 안모 씨에게 부탁을 했고, 안 씨는 정 씨의 인터넷 계정을 전달받아 이화여대 류철균 교수(51·구속 기소)의 강의를 대리수강하고 대리시험을 치렀다. 안 씨는 그 대가로 50만 원을 받았다.
박영수 특검은 6일 오후 2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국정 농단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박 특검은 휴일인 5일 서울 대치동 사무실에 출근해 4명의 특검보와 함께 발표문을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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