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문집 펴낸 출판사까지 탄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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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블랙리스트]
특검 “이념 아닌 정파문제… 헌법위배”
전경련 통한 친정부단체 지원도 확인

“세월호 참사처럼 학생이 포함된 선량한 국민의 희생을 추모하자고 했다는 이유로 탄압을 한 것은 이념이 아니라 정파적 문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이렇게 판단했다. 블랙리스트 작성 및 운용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이 지난달 28일 재판에서 “블랙리스트 사건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수호를 내건 박근혜 정부의 문화정책을 직권남용이라는 잘못된 논리로 접근한 정치적 사건”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특검은 “김 전 실장 등은 정부, 청와대와 의견이 다른 이들을 모두 ‘반민주’ 세력으로 규정했다”며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이뤄진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은 헌법에 위배되는 중대범죄”라고 강조했다.

특검은 블랙리스트의 정파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순수문예지 ‘문학동네’의 피해를 들었다. 문학동네는 2014년 10월 소설가, 문학평론가, 대학교수 등 12명이 세월호 참사에서 느낀 아픔을 쓴 글을 모아 ‘눈먼 자들의 국가’라는 책을 냈다. 이 일 때문에 문학동네는 블랙리스트에 포함됐고 이후 ‘세종도서’ 선정 등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각종 사업에서 배제됐다. 특검은 “연간 2000억 원 규모의 문예기금 등 국가 문화 보조금은 문화예술의 다양성 구현을 위한 핵심 정책수단”이라며 “이를 정파적 지지자에게만 지원한 것은 창작의 자유 침해인 동시에 문화예술 소비자인 국민에게 피해를 준 일”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친(親)정부 성향 단체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활동비를 지원한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의 존재도 특검 수사로 확인됐다. 청와대 정무수석실 관계자들은 2014년 전경련에 지원 대상 단체와 단체별 지원금 액수를 정해주면서 활동비를 대줄 것을 요구했다. 그 결과 2014년 22개 단체에 약 24억 원, 2015년 31개 단체에 35억 원, 2016년 22개 단체에 9억 원 등 총 68억 원이 지원된 사실이 전경련 관계자의 진술 등을 통해 드러났다.

특검은 청와대가 직권을 남용해 전경련에 지원을 강요한 것으로 보고 사건 기록 및 증거를 모두 검찰에 넘겼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블랙리스트#세월호#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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