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하루 앞둔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에서는 이처럼 섬뜩한 단어가 끊임없이 되풀이됐다. 탄핵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거친 목소리는 헌재 앞을 넘어 서울과 전국의 거리로 퍼졌고 온라인 세상을 뒤덮었다. 박 대통령 망명설 같은 가짜 뉴스가 난무하는 등 대한민국 사회는 우리 국민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극도의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 저주와 비난 끊이지 않은 헌재 앞
헌재 근처에 모인 탄핵 찬반 양측은 헌재가 자신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결정하길 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전 11시경 “조국을 위해 피를 흘리는 게 두렵습니까. 저는 조국을 위해 죽겠습니다!”라는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집행부의 발언이 나오자 환호성과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 화답하듯 “빨갱이를 죽여라” “빨갱이를 때려잡아야 한다”는 외침이 이어졌다.
이날 탄기국 집회는 헌재에서 도보로 5분 떨어진 종로구 수운회관 앞에서 차벽에 가로막힌 채 진행됐다. 탄기국은 11일까지 ‘3박 4일’ 집회를 열고 있다. 일부 참가자는 밤을 새우며 집회장을 지켰다. 경찰은 120개 중대 9600명과 버스 360대를 투입해 헌재로 통하는 길목 구석구석을 막았다.
탄핵 찬성 측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 10여 명은 같은 날 오전 10시 50분경 종로구 안국역에서 집회를 열고 “탄핵이 기각될 경우 대한민국은 항쟁이며 파국이며 수천만의 횃불이 타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탄핵심판이 시작되는 10일 오전 11시까지 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역시 9일 오후 7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탄핵 인용을 요구하는 집회를 한 뒤 헌재 방향으로 행진했다.
○ 불안과 혼란 부추기는 가짜 뉴스
근거 없는 ‘가짜 뉴스’도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 망명설이 대표적이다. 한 누리꾼은 “얼마 전 성남 서울공항으로 대통령 전용기인 HL7465기가 들어오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종교 시설에 도피하든 망명을 하든 여러 대안을 고려 중인 게 분명하다”고 단언하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과 첨부된 비행기 동영상은 온라인에서 계속 확산되고 있다. 또 탄핵 인용을 전제로 만들어진 ‘제19대 대통령 선거 주요사무일정’이란 제목의 문서 파일이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되거나 “탄핵심판이 5 대 3으로 이미 기각 결론이 났다”는 식의 뉴스도 등장했다.
박 대통령 일가와 관련한 가짜 뉴스도 생겨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씨가 회장으로 있는 EG의 최근 주가 상승이 탄핵 기각의 조짐이라는 것이다.
○ 선고 전후 대규모 집회 줄이어
탄핵 찬반 양측은 10일 오전부터 헌재 일대에 모여 결과를 지켜볼 계획이다. 퇴진행동 측은 오전 9시 헌재 앞에 모인다. 만약 탄핵이 인용되면 오후 7시 ‘촛불 시민들의 승리를 선포’하는 취지의 집회를 연다. 그러나 기각 또는 각하될 경우 비상 상황을 선포하고 오후 집회 후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한다.
탄기국 등 탄핵 반대 측도 오전 10시경부터 대규모 집회에 나선다. 이들은 헌재에 집결해 종로와 창경궁 양 갈래로 나눠 걸으며 탄핵 기각을 주장한다. 집회 신고는 오후 8시까지 돼 있지만 탄핵이 인용될 경우 집회가 격렬해져 밤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튿날인 11일에도 양측의 집회는 계속된다. 탄핵 찬성 측은 11일 오후 4시부터 집회를 시작한다. 반대 측도 중구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연다.
경찰은 선고일인 10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가장 높은 비상단계인 갑호비상령을 발령하고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국회 등 주요 시설에 경찰을 증가 배치한다. 헌법재판관 등 주요 인사의 신변 위해 행위를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단호히 대처할 방침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9일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에서 “헌재 판결을 방해하거나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는 불법 폭력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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