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형사상 소추가 불가능한 대통령에서 형사상 소추가 가능한 자연인으로 돌아왔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그동안 현직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하지 못한 강제 수사에 다음 주 중 나설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13개 혐의의 공모자로 돼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헌재에 제출한 최후진술 의견서에서 “제 개인이나 측근을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거나 남용한 사실은 결코 없었다”고 했지만 헌재는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세 차례의 대국민 담화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 진상 규명에 협조하겠다고 하고서도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수사 결과를 부인하며 결백을 주장한 것을 헌재는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탄핵 사유에 적시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면서도 최 씨의 국정 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부인한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이 왜 대통령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지 못했는지, 미래의 대통령이 국가 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국민은 진실을 알아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 방침에 적극 협조해 진상을 낱낱이 밝혔으면 한다.
박 전 대통령이 수사에 성심껏 응하면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 차원에서 불구속 수사를 하기 바란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나라에서 어디로 도주하겠으며 이제 와서 더 무슨 증거를 인멸할 수 있겠나.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간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고 한 명은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번에 또 한 명의 대통령이 파면됐다. 이같이 불행한 헌정사가 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
얼마 전까지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구속돼 수의를 입은 모습을 본다는 것은 국민으로서도 수치스럽고 가슴 아픈 일이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은 또 무엇이 되겠는가. 본래 수사는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다. 법원의 재판을 통해 죄가 밝혀진다면 상응하는 벌을 주면 될 일이다. 검찰은 현직 대통령이었을 때는 할 수 없었던 철저한 수사로 모든 혐의에 대해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