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된 삼성동 사저 보일러 고장… 靑 “제대로 수리하는데 며칠 걸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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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부터 청와대 짐 옮겨… 경호동도 마련 못해 임차 물색
“성공해 돌아오길 기대했는데… ” 인근 주민들 안타까워하기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살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私邸)는 아직 주인을 맞을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10일 오전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파면 결정을 내리던 시간, 사저에는 경비 경찰과 취재진만 몰려 있었다.

오후 들어 박 전 대통령이 곧바로 청와대에서 나올 수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면서 사저 주변에 긴장감이 돌았다. 특히 청와대 차량들이 속속 사저에 도착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금방이라도 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오후 2시 55분경 짐을 실은 스타렉스 차량 등 중대형 승용차 두 대가 사저 앞에서 멈췄다. 취재진을 의식한 듯 사저 입구에 차량을 바짝 붙였고 경찰은 취재진을 막아섰다. 차량에서 내린 남성 2명은 상자 2, 3개와 사다리 등을 내려 사저 안으로 빠르게 옮겼다. 이후 사저 입구 바로 옆 삼릉초등학교 후문으로 차를 옮긴 뒤 캐리어 등 커다란 짐 가방 5, 6개를 갖고 사저로 들어갔다.

일부 남성은 공구 상자로 보이는 가방을 들고 들어가 집안 곳곳을 점검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2013년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박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23년간 살았다. 1983년 지어져 곳곳이 노후됐고 4년가량 방치돼 사람이 바로 들어가 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대통령총무비서관실과 경호실이 사저를 찾아 점검한 결과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보일러도 고장 난 상태였다. 집 내부 시설을 수리하는 데 며칠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저 주변의 한 보일러 업체 관계자는 “3, 4년 전 대통령 사저의 보일러를 한 번 수리한 적이 있는데 그 후로는 손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분주하게 사저를 오간 사람들은 대통령경호실 소속 직원 등 14명. 이들은 배달 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해결하며 밤늦게까지 점검과 수리를 계속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사저로 오면 경호원들이 24시간 교대 근무를 해야 한다. 그러나 사저 옆에 있어야 할 경호동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대통령경호실은 주변 건물을 서둘러 임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까지도 청와대 관계자들은 파면 후 거처에 대해 “아무런 지시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탄핵 인용을 감안한 사저 복귀 문제를 박 전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이사 준비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웃 주민들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안타까워했다. 이곳에서 20년을 살았다는 노모 씨(70·여)는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으며 좋은 모습으로 돌아올 걸 기대했는데 이렇게 임기도 마치기 전에 안 좋은 모습으로 돌아온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오후 늦게부터는 태극기를 든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20여 명이 사저 앞에 모여 “좌파 놈들, 방송들 다 믿을 수 없다. 이렇게 (박 전 대통령이) 돌아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소리를 지르며 항의했다.

최지연 lima@donga.com·최지선 기자
#삼성동 사저#탄핵#박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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