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 “우리 정치가 탄핵당했다는 심정으로 개혁 매진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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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종교계 원로 조언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 10일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 민심과 민심의 충돌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정치권 원로와 종교계 인사, 전직 고위 관료들은 “국론 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사회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외교·경제 위기 속에 내부의 갈등을 치유하고 정치권과 공직사회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길에 앞장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정치가 탄핵”

광장 민심에 편승해 반목을 조장한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 함께 국회의 책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협치를 통해 권력집중의 폐해를 줄이고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을 여는 데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 정치가 탄핵됐다는 심정으로 정치개혁에 매진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회가 대통령 탄핵의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정 의장은 “탄핵 사태는 대통령 개인과 측근의 문제를 넘어 한국정치의 복합적 문제의 결과물”이라면서 “정치권은 탄핵 결과를 정치적 셈법을 위해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회가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대통령이 물러난 만큼 국회는 국정 전반에 대해 비상한 책임감을 갖고 협력을 통해 현안을 풀어가야 한다”며 “여야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국정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정쟁을 멈추고 국회 내에 시급한 현안을 논의할 협의체를 만들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4개월여 동안 광장의 민심이 폭발하는 동안 정치권이 민심에 끌려 다니면서 대의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며 “국회가 책임을 통감하고 국정 감시와 입법 활동을 통해 갈등을 통합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 “黃대행은 대선 때까지 국정 안정에 총력”

북한의 도발과 미국과 중국 사이의 안보·통상 갈등이 불거지는 위기 상황에서 공직사회의 동요를 막고 국정을 안정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를 위해 실질적 대통령 역할을 맡게 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민생 안정과 대선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과도정부라는 이유로 국정 수행에 한 치라도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황 권한대행은 사실상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국정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선거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정치적으로 해석될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며 “탄핵 결정 이후 흐트러진 민심으로 인한 사회 혼란을 방지하는 데 중점을 둬 달라”고 당부했다.

고착화된 저성장 속에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위기감이 고조된 경제 분야에서도 이번 사태를 도약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탄핵 결정은 정권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시장에 개입했던 잘못된 관행에 대한 경종”이라며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이 강화되는 만큼 경제가 성숙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화합으로 민주주의 도약의 발판 삼아야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이번 탄핵 결정은 노도처럼 일어난 민심이 남긴 역사적 교훈”이라며 “나라를 이끄는 권력자들이 정의를 새기고 정도를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중요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이진강 대법원 양형위원장은 “탄핵 결정에 불복, 승복을 따지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정치권과 공직자가 책임감을 갖고 반성한다면 사회가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경식 대한민국 헌정회장은 “모든 국민이 헌재의 심판을 받아들이고 헌재 결정을 계기로 국가를 한 단계 더 도약시켜야 한다”며 “화합과 국가 발전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 처리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론통합을 위해 대선주자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촉구도 많았다. 신경식 회장은 “대선 주자들이 앞장서 양극의 간격을 좁히고, 분열을 이용하려는 대선 주자들은 엄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탄핵은 국가 리더십이 특정 정당이나 계파를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한 결과”라며 “차기 대통령은 당선 후 탈당을 통해 통합의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협치로 국정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 종교계 원로, 국민통합 강조

종교계도 일제히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모두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라는 요한복음 17장을 인용한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는 “탄핵을 지지했든 반대했든, 정치권과 국민들이 헌재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국민 통합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이 화합하여 국가를 안정시켜야 한다. 화쟁(和諍)의 시대,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자”고 호소했다.

개신교 교단협의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김영주 총무 명의의 입장문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제자리를 찾아갈 실마리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명의 성명에서 “정치, 지역, 세대 등 모든 갈등을 봉합하고 대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신진우·임희윤 기자
#탄핵#사회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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