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바른정당과 보수 적자 경쟁… 대선 판세따라 ‘2차 분열’ 가능성
‘반문 개헌연대’ 움직임 빨라질듯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으로 자유한국당은 집권여당의 지위를 잃게 됐다. 전통적인 여야 구도가 깨지면서 60일 동안 펼쳐질 대선 정국에서 정치 지형의 유동성은 커졌다.
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헌재 선고 직후 “한국당은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집권여당이자 국정의 동반자였지만 집권당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한국당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집권여당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명이 바뀌긴 했지만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탄생 이후 9년여 동안 이어 온 ‘여당 타이틀’을 내려놓는다는 선언이다.
탄핵 정국에서 두 동강이 난 보수 정당은 운명의 기로에 섰다. 탄핵을 주도한 바른정당과 박 전 대통령을 ‘1호 당원’으로 둔 한국당 간 보수 적자(嫡子) 경쟁은 이제부터 본격화될 태세다.
일단 명분을 쥔 쪽은 바른정당이다. 정병국 대표 등 지도부는 이날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직후 총사퇴하며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빅텐트’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 이날 동반 사퇴한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이제 국정 농단 세력을 제외한 보수 세력이 모두 하나로 가야 한다”며 “(지도부 총사퇴는) 자리를 다 비워 놓고 대통합 노력을 시작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대선 판세에 따라 ‘2차 분열’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당에는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진 의원이 30여 명 남아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 온 강경 보수층이 한국당을 중심으로 결집하면 추가 탈당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당은 다음 주 ‘자성’의 기간을 가진 뒤 바로 대선 경선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내세워 ‘반문(반문재인) 개헌 연대’를 구축하려는 제3지대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라며 “정치권이 합심해 새 정부가 잘 탄생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제왕적 대통령제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했다.
국정 최고지도자도, 여당도 사라진 비상 상황에서 각 정당 간 협치(協治)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각 당은 대선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동시에 협력 체제를 가동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민주당은 일단 당 차원의 촛불 집회 참석을 자제하기로 했다. 13일 교섭단체 4당 원내대표 회동이 ‘탄핵 이후 협치’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