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을 지켜본 대구 경북의 민심은 “국민의 뜻을 반영한 결과”라는 담담한 목소리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는 안타까움이 엇갈렸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찾았던 대구 서문시장은 하루 종일 어두운 분위기였다. 한 상인은 “탄핵 결과를 떠나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나 상당수 상인은 아쉽더라도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반응이었다. 1지구의 한 상인은 “계속 떠들어 봤자 국론만 분열될 뿐”이라며 “민주주의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이제 생업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4선을 한 달성군의 일부 주민은 헌재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재복 씨(67)는 “달성군민으로 서운하다. 기대가 컸고 애정을 보냈던 대통령이 이렇게 되니까 주변에서는 많이 당황스럽다고 한다”고 전했다.
반면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경북 구미시 상모동의 대학생 이민정 씨(21)는 “대통령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러웠고, 국민이 수치심을 느꼈다. 탄핵은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일부가 불탄 뒤 지난달 27일 복원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는 의경 2명이 순찰을 돌고 구미시 직원 2명이 나와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외가이자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의 생가가 있는 충북 옥천군 교동리 마을은 결정을 차분하게 받아들였다. 교동리 마을회관에 모여 선고를 TV로 지켜보던 주민들은 파면 결정이 내려지자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 김모 씨(65·여)는 “박 대통령의 잘못이 있지만 파면은 너무 가혹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교동리 한봉수 이장은 “법과 원칙대로 결정된 만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옥천군은 충북도문화재로 지정된 육 여사 생가 안팎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직원 26명을 투입해 주말까지 24시간 근무하기로 했다. 경찰 기동타격대 5명도 생가 입구에서 경비를 섰고 구급차와 소방차도 주변에서 대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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