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소환 일정을 통보한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 안팎은 이전보다 분주했다. 박 전 대통령의 ‘올림머리’를 손질하는 전담 미용사 정송주 원장은 전날에 이어 또 사저를 찾았고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도 이날 사저를 방문했다. 청와대 퇴거 나흘째인 이날도 사저 주변의 혼란은 여전했다.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에서는 이날도 수십 명의 지지자가 모여 집회를 열었다. 급기야 주민들은 “더 못 참겠다”며 집단 대응에 나설 분위기다.
○ ‘집회 금지’ 추진 나선 학부모들
사저 바로 옆 서울 삼릉초등학교 학부모들은 15일 오후 학부모총회에서 사저 주변 집회 문제를 논의했다. 총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집회 개최 반대에 서명했다. 이어 학교 ‘녹색어머니회 한마음회’ 명의로 강남경찰서에 집회 금지를 요청하는 민원서를 제출했다. 삼릉초 후문은 박 전 대통령 사저와 담벼락을 맞대고 있다. 등하굣길에만 열리던 학교 후문은 박 전 대통령이 사저로 복귀한 다음 날 굳게 닫혀 지금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이날 하교 시간에는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귀가하는 초등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학교 측이 등하교 안전 확보를 교육청과 경찰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사저 주변은 삼릉초에서 반경 50m 이내에 있는 ‘교육환경보호구역’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르면 ‘집회 신고 장소가 학교 주변 지역으로서 집회 또는 시위로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제한이 가능하다.
상황을 지켜보던 학부모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건 집회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3일 출범한 ‘박근혜 지킴이 결사대’는 4개월간 집회를 이어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사저 주변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거나 고성을 질렀다. 삼릉초 2학년생의 학부모는 “아이들은 이런 모습을 신기해하지만 부모로서는 걱정이 크다”며 “집회가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근처 주민과 직장인들도 더 이상 견디기 힘든 모습이다. 사저 맞은편 주택에 사는 고교생 김모 양(16)은 “그제는 오전 5시에 한 여자가 괴성을 질러 잠에서 깼다”며 “학업 때문에 예민한데 불안하고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시 40분경엔 사저 인근 주유소 앞에 걸려 있던 박 전 대통령 환영 현수막 2개를 인근 회사원 A 씨(31) 등 2명이 칼로 끊어 입건됐다. 삼성2파출소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돌아온 12일에는 민원전화가 수십 통 걸려왔다”며 “조금 줄었지만 이후에도 매일 민원신고가 쏟아진다”고 말했다.
○ 이틀째 사저 찾은 전담 미용사
박 전 대통령의 전담 미용사인 정 원장이 이틀 연속 사저를 방문했다. 전날처럼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동생과 함께 왔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 있을 때도 매일 오전 정 원장으로부터 머리 손질을 받았다. 하지만 이날도 박 전 대통령이 외출하려는 듯한 움직임은 없었다.
오후 1시 10분경에는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고 있는 유 변호사가 사저를 찾았다. 유 변호사는 취재진 질문에 일절 응하지 않은 채 곧장 사저로 들어갔다. 그는 약 2시간 10분이 지난 뒤 사저를 빠져나왔다. 유 변호사는 이날 오전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소환일을 21일로 통보하면서 관련 내용과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박 전 대통령과 상의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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