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제 592억 원의 뇌물 수수와 직권 남용, 공무상 비밀 누설 등 18가지 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과 검사들에 의해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검찰은 특검이 적용한 삼성의 433억 원 외에도 롯데에서 받았다가 돌려준 70억 원, SK그룹에 요구한 89억 원도 뇌물 혐의에 포함했다.
대한민국 최고위 공직자인 대통령이 공직범죄 중 죄질이 나쁜 뇌물수수 혐의로 피고인석에 서는 장면을 바라봐야 할 국민은 착잡하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18가지나 되는 혐의가 적용됐지만, 불행한 사태의 근본 원인은 국리민복을 위해 사용하라고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최순실 같은 사인(私人)의 이익을 위해 썼다는 점이다. 대통령 주변에서 이를 감시하고 견제했어야 할 사람들은 한통속이 되거나 방조자 역할을 했다. 대선을 향해 뛰는 각 당 후보들은 지금은 남의 일 같을 것이다. 그러나 당선되는 후보는 전직 대통령이 형사피고인 신분이 된 오늘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하면서 정작 국정농단을 감시할 자리에 있었음에도 묵인·방조·은폐 혐의를 받는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한 것은 검찰의 수치로 기록될 것이다. 우 전 수석은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비리 감시를 위해 설치한 특별감찰관제도 무력화시켰다. 특임검사를 임명해 우 전 수석을 다시 수사하라는 여론을 무시하고, ‘봐주기 기소’를 강행한 것은 검찰 내 ‘우병우 사단’이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기도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 안철수 등 차기 대선후보들은 모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검찰 개혁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금 검찰은 차기 정권의 우병우 특검과 개혁의 칼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차기 대통령도 청와대에 검사들을 파견 받아 민정수석실을 꾸리면서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쓰는 악습의 고리를 끊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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