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65)과 최순실 씨(61)가 23일 함께 법정에 선다. ‘40년 지기’에서 국정 농단 사태의 공범이 된 두 사람의 기구한 재회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의 부당함을, 최 씨는 국정 농단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변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양측이 서로를 향해 화살을 날릴지, ‘제3의 적’ 공격에 함께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 국정 농단 촉발 후 첫 대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일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의 뇌물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16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 뒤 23일 첫 공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이날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모두 불출석했다. 변수가 없다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23일부터 1심 선고가 내려질 때까지 함께 피고인석에 앉게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 처음이다.
최 씨 측은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받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최 씨가 오랜 세월 존경하고 따르던 박 전 대통령을 재판정까지 서게 한 점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며 “같은 자리에서 재판을 받는 건 살을 에는 고통”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증인이 140명에 달하고 증인이 상당 부분 중복돼 함께 심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뇌물수수가 아닌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분리해 진행할 방침이다.
○ 朴-崔, 혐의 부인 한목소리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게 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변론 전략도 관심거리다. 일단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측은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공통된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특히 두 사람이 공모했다는 ‘뇌물죄’와 ‘직권남용·강요죄’가 양립할 수 없다는 주장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두 사람의 공모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모르쇠 전략’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 2일 열린 재판에서도 최 씨 측은 기존 다른 재판 때처럼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 측도 “사건 기록을 보지 못해 18가지 공소 사실에 대해 모두 부인하겠다”고 말한 뒤 검찰 공소장의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각을 세웠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삼성의 지원이 기업이 받을 불이익이 두려워서인지, 승계 작업을 도와줄 것으로 기대해서인지, 그게 아니면 복합적인 것인지 상호 모순된 점을 밝혀 달라”며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최 씨 측 변호인도 “최 씨가 롯데의 70억 원을 추가 지원받은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는 특검 수사를 넘겨받은 특수본 2기가 특별한 사정 변경도 없이 다시 기소했다”며 “이는 명백한 공소권 남용이자 이중 기소”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정순신)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인천본부세관 이모 사무관으로부터 김모 씨를 인천본부세관장으로 승진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0만 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 등으로 고영태 씨(41)를 구속 기소했다. 최 씨의 최측근이었던 고 씨는 국정 농단 사건을 폭로하며 사건 규명에 기여했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최 씨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저지른 각종 비리 행위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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