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민정비서관실 재배치 중 캐비닛서 메모-회의자료 나와”
삼성-블랙리스트 관련 문건 포함… ‘사본, 박영수 특검팀에 전달’ 밝혀
청와대가 14일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검토’ 메모 등을 전격 공개했다. 청와대는 해당 메모를 포함해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회의 자료와 메모 등 300건가량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고, 사본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넘겼다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3일 민정비서관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중 한 캐비닛에서 이전 정부 민정비서관실에서 생산한 문건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발견한 자료는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수석비서관회의 자료와 장관 후보자 인사 자료, 국민연금공단 의결권 등 현안 검토 자료, (2014년) 지방선거 판세 전망 등이다. 이 기간 민정수석은 곽상도, 홍경식, 김영한, 우병우 씨였다.
청와대는 300건가량 중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작성자를 알 수 없는 메모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청와대는 또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 △문화체육관광부 주요 간부 검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오찬 관련 등 문건 제목과 김 전 수석의 자필 메모를 공개했다.
청와대는 자료 공개의 적법성을 두고 “이 자료는 전임 정부에서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하지 않았다”며 “메모는 대통령기록물에도 해당하지 않아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기록물은 일반, 비밀, 지정기록물로 구분된다. 비밀기록물은 비밀취급인가권자만 볼 수 있고, 지정기록물은 최대 30년간 열람이 제한된다. 청와대는 공개하지 않은 나머지 문건에 대해 “진행 중인 검찰 수사, 재판 관련 사안이라 자료를 더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메모와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 제목 등은 현재 진행 중인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월 민정수석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도 당시 청와대의 반발로 집행하지 못한 박영수 특검팀은 이날 청와대로부터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각종 문건을 건네받게 됐다.
자유한국당과 구(舊)여권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건들을 현 시점에 공개한 의도가 무엇이냐”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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