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공개한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의 문건과 메모가 국정 농단 사건 재판과 검찰의 추가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청와대가 14일 문건과 메모의 주요 내용을 공개한 뒤 사본을 만들어 특검에 넘긴 목적은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재판의 증거로 활용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들 문건과 메모가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려면 누가,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했는지 확인하는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특검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넘겨받은 기록을 검토해 수사할 부분이 있으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재판 공소유지를 하는 특검은 수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기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문건과 메모의 작성 시점이 2013년 3월부터 2015년 6월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그 기간에 민정수석을 지낸 우병우 전 민정수석(50)을 비롯해 이중희(50·현 의정부지검 차장검사), 권정훈 전 민정비서관(48·현 법무부 인권국장) 등 당시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을 일일이 조사해야 한다. 우 전 수석의 전임 김영한 전 민정수석은 지난해 별세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새로운 증거들을 마냥 반기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재용 부회장의 1심 결심 공판은 다음 달 2일로 예정돼 있고 구속만기는 같은 달 27일이다. 또 박 전 대통령의 1심 구속만기도 10월 16일로 3개월밖에 남지 않아 재판 일정이 빠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청와대의 문건과 메모 공개 및 전달이 재판에서 유죄를 받아내라는 ‘공개 압박’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이 담긴 메모는 작성 시기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수사 결과 청와대가 밝힌 대로 2015년 6월 이전 해당 메모가 작성된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하기 이전이다. 줄곧 삼성 지원 혐의를 부인해온 박 전 대통령에게는 불리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
청와대의 문건과 메모 공개에 대해 삼성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기로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판이 진행 중인데 해석이 명확하지도 않은 자료를 공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사실상 재판부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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