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판결문… 박근혜 前대통령 공범서 빠진 이유 보니
재판부 “최순실도 공범 해당 안돼”
특검 “수긍 어려워”… 1일 항소
지난달 27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에게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속)을 김 전 실장의 공범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유는 뭘까.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김 전 실장과 공모해 문화예술인 등에 대한 지원을 배제한 것으로 보고 박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31일 확인된 김 전 실장 등의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문화예술계가 좌편향돼 있어 이에 대한 시정이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인식에 따라 청와대 내에 ‘좌파 배제, 우파 지원’의 기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실장 등이 문화예술계 개인 및 단체에 대한 지원 배제 범행을 실행하기 전 또는 실행할 당시 관련 내용을 직간접적으로 보고받고 관련 지시를 내렸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면서도 “제출된 증거들을 종합해도 대통령을 공범 관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좌파 배제, 우파 지원’이라는 문화예술계 정책 기조를 세운 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특정 단체에 대한 지원 배제 행위는 범죄이지만 이를 실행한 김 전 실장과 공모했다고 보기에는 구체적인 실행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범행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문예지나 건전영화 지원 문제 등에 대해 지시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특정인이나 단체에 대해 지원을 배제하라는 범행 지시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재판부는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에 대해서도 김 전 실장 등과 공모해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지 않았다.
김 전 실장을 기소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러한 법원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자세다.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범행은 박 전 대통령이 세운 문화예술계 정책 기조에 따른 지시로 구체화됐고 그 과정이 모두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것이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이를 독려해 시스템으로 정착됐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1일 재판부에 항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며 “항소장에는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공모 관계를 입증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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