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재판에 미칠 영향은
“최순실과 공모해 구체적 요구”… 뇌물죄, 받는쪽 형량 훨씬 무거워
박근혜 측 “드릴 말씀 없다” 언급 피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재판부가 25일 삼성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에게 건넨 독일 승마훈련 지원금 등 72억 원을 뇌물이라고 판단함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은 궁지에 몰리게 됐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와 공모해 이 부회장에게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지원 요구를 했다”며 박 전 대통령을 이번 뇌물 사건의 주범이라고 못 박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여 원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 승마 지원 약속 213억 원(실제 77억여 원 지급)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여 원 등 총 449억여 원(실제 314억여 원 지급)의 뇌물을 건넸다고 공소를 제기했다. 이는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공소장에 이 부회장에게 받았다고 적시한 뇌물 액수와 똑같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가 이 가운데 승마 지원금 중 72억여 원과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여 원 등 총 89억여 원을 유죄로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의 재판부도 이 부분을 유죄로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
또 이 부회장 담당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뇌물 수수를 공모했다고 봤다. 그 근거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와 오랜 친분을 맺어왔고, 취임 후 국정 운영에서도 최 씨의 관여를 수긍하고 반영하는 관계였다”고 밝혔다. 또 승마 지원으로 이익을 본 사람이 박 전 대통령이 아닌 최 씨라는 점은 뇌물죄(단순수뢰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공모한 최 씨에게 뇌물을 받도록 한 것은 박 전 대통령 자신이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삼성의 뇌물 공여 과정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 요구에 이 부회장이 수동적으로 응한 것”이라고 판시해 박 전 대통령에게 더 큰 책임을 지웠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단독 면담을 하면서 승마 지원이 부족하다고 강하게 질책하고, 승마협회 담당 임원 교체를 거론하는 등 압박하는 바람에 이 부회장이 돈을 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사건 담당 재판부가 이 부회장 사건 1심 재판부와 사실관계 및 법리에 대해 똑같은 판단을 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중형 선고를 피하기 어렵다. 뇌물죄는 준 쪽보다 받은 쪽의 법정형이 훨씬 무겁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이 부회장 선고 결과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반면 최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재판부가 특검이 주장한 뇌물 액수 중 17%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은 없다’면서도, 궁여지책으로 묵시적 포괄적 청탁이라는 매우 모호한 개념을 들어 사실관계를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그만큼 유죄로 인정하기엔 합리적 의심이 많았다는 (재판부의) 솔직한 고백으로 다가온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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