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거주 최순실에게 준 뇌물을 국부유출로 판단은 앞뒤 안맞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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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1심 선고 이후]獨송금 37억 재산국외도피죄 적용
최저형량 5년이상 선고 규정… 항소심 무죄땐 형량 크게 낮아질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의 1심 재판부가 재산국외도피죄를 유죄로 인정한 데 대해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재산국외도피죄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 중 가장 법정형이 높은 죄목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삼성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소유의 독일법인 코어스포츠에 37억 원을 송금한 것이 재산국외도피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뇌물을 줄 뜻으로 코어스포츠에 송금을 했으므로, 삼성이 외환 당국에 신고한 ‘용역대금 지급’이 아니라 자본거래 신고를 해야 하는 증여에 해당해 허위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법조계는 이 같은 재판부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재산국외도피는 국내 거주자가 국내에 살지 않는 비거주자에게 돈을 보내는 외국환 거래에 적용하는 죄목이다.


재판부가 재산국외도피로 판단한 37억 원은 삼성이 최 씨에게 준 승마지원 뇌물 72억 원에 포함된 돈이다. 같은 돈을 두고 국내 거주자인 최 씨에게 준 뇌물이라고 했다가, 재산국외도피죄 판단에서는 이를 독일 소재 법인인 코어스포츠에 준 것이라고 다른 결론을 낸 것이다.

재판부는 “(돈을 받은) 당사자는 최 씨가 아니라 코어스포츠”라며 “실소유주의 (국내) 거주자 여부를 판단할 필요나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재산국외도피죄는 국부 유출을 처벌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돈에 대해 뇌물 혐의에서는 국내 거주자인 최 씨가 이익을 봤다고 판단해 놓고, 국외재산도피 혐의에서는 송금을 받은 법인이 외국에 있다는 이유로 국부 유출이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죄는 해외로 빼돌린 국내 재산이 50억 원 미만일 때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중형이 선고된 것은 재산국외도피죄가 유죄가 된 탓이 크다. 따라서 항소심에서 재산국외도피죄가 무죄로 뒤집어지면 이 부회장의 형량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김윤수 기자 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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