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근-이재만 月1억씩 요구… 5만원권 담긴 007가방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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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문고리 2인’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십억 상납 받은 혐의 체포… 영장 방침

《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실세로 군림했던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51)과 안봉근 전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51)이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정기적으로 상납받은 혐의(뇌물수수)로 31일 검찰에 체포됐다. 이 전 비서관 등은 국정원에서 5만 원짜리 지폐 다발이 든 007가방을 건네받는 방식으로 매달 1억 원씩, 총 수십억 원을 받아 쓴 혐의다.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해 이르면 1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
 

정호성 전 대통령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의 최측근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51)과 안봉근 전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51)이 31일 검찰에 체포됐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에 대해 국가정보원에 특수활동비(특활비) 상납을 요구해 매달 1억여 원씩, 총 수십억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 “‘문고리’들이 먼저 상납 요구”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이날 오전 이 전 비서관, 안 전 비서관을 비롯해 남재준(73) 이병기(70) 이병호 전 국정원장(77), 조윤선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51)의 자택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64) 등으로부터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이 국정원 특활비 상납을 먼저 요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비서관 등은 청와대 인근 도로에서 국정원 관계자를 만나 5만 원권 1억 원이 담긴 007가방을 건네받았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비서관 등이 먼저 돈을 요구했고 국정원 고위직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국정원 돈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비서관 등은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박 전 대통령과 관계를 끊고 숨어 지내왔다. 박 전 대통령을 변호했던 채명성 변호사는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에 대해 “세상인심이 무섭더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때 증언을 좀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또 박근혜 정부 전직 국정원장 3명은 특활비 상납을 승인한 혐의(뇌물공여 등)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장의 지시를 받아 특활비 출납을 담당했던 이 전 실장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안 전 비서관 등은 특활비 상납 대가로 국정원의 ‘금고지기’인 이 전 실장을 각별하게 챙겼다고 한다. 이 전 실장은 국회 대관 업무와 대기업 민원 창구 역할 등 기존에 국내정보 파트가 하던 일을 기조실로 가져가 업무영역을 넓혔다. 또 공공연하게 국내정보 파트에 자신의 직무와 무관한 정보를 요구했다. 이 때문에 국정원에서는 이 전 실장의 경질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았지만 안 전 비서관 등이 청와대에서 ‘방패’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한 국정원 간부는 “이 전 실장의 위세가 워낙 대단해 국정원은 ‘헌수 랜드’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 정치권 수사로 확대 가능성

이 전 비서관 등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들이 국정원에서 상납받은 돈을 어떻게 썼는지 밝히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안 전 비서관이 국정원에서 받은 돈을 부동산 매입 등 개인적인 용도로 썼을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또 국정원의 특활비가 친박(친박근혜)계 국회의원 등 정치권에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근혜 정부 초기 여권에서 실세로 통했던 일부 의원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변호사는 “국회의원도 공직자이기 때문에 특활비를 받아 쓴 사실이 드러나면 뇌물죄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 등이 특활비를 상납받는 데 박 전 대통령이 개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특활비를 썼기 때문에 따로 국정원에 손을 벌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전 비서관 등은 청와대 특활비를 거의 쓸 수 없었다고 한다.

조 전 수석과 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58·구속 기소)도 국정원의 특활비를 받아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수석 등이 국정원에 각종 업무 지시를 하고 보고를 받는 지위였으므로 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조 전 수석은 매달 500만 원씩 1년간 총 6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엘시티 비리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은 현 전 수석도 청와대에 근무하는 동안 매달 국정원에서 500만 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과 정치권에서는 “국정원의 특활비 청와대 상납은 오랜 관행”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청와대가 부족한 업무추진비를 보충하기 위해 국정원 특활비를 끌어다 쓴 것은 옛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이어져 온 일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국민 세금을 지금껏 눈먼 돈처럼 썼다면 그게 더 문제”라고 일축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전주영·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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