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지난해 10월 국회 연설에서 개헌을 언급한 것은 국정농단 의혹을 덮으려는 국면 전환용 카드였다는 사실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 재판에서 김성우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57)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김 전 수석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앞두고 이원종 당시 대통령비서실장(75)은 대통령수석비서관들을 소집했다.
김 전 수석은 “(그 자리에서)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 논의를 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개헌 논의는) 국면 전환용이라는 얘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개헌 발표 직후 모든 언론이 그걸 쫓아가는 상황이어서 (청와대에서) 다들 ‘신의 한 수’였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4일 국회 연설에서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개헌 추진을 공식화했다. 당시 야당은 “국정 농단 의혹을 덮으려는 정략적 의도”라고 반발했다. 김 전 수석의 진술조서를 통해 야당의 지적이 사실이었음이 확인된 셈이다.
이날 재판에선 김영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2016년 8월 사망)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을 고발하라”고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노대래 전 공정위원장(61)은 “발언권이 없는 고인(김 전 수석)에 관해 얘기하는 게 부적절하지만, 김 전 수석이 새로 부임했다면서 전화해 ‘이 부회장을 고발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우 전 수석과 청와대가 공정위를 통해 영화 ‘변호인’과 ‘광해’ 등을 제작한 CJ에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발언이다.
노 전 위원장은 “나중에 청와대 국무회의에 갔다가 김 수석에게 ‘그때 이 부회장을 고발하라고 했는데 왜 그랬습니까? 저도 알아야 뭘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하니 김 전 수석이 CJ가 제작한 영화 얘기를 했다”고도 했다. 또 “영화를 한 2편 얘기했는데 광해와 무슨 영화를 얘기하면서 그런 문제(좌편향) 때문이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노 전 위원장은 “(이후에) 김재중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전원회의에서 고발로 제안하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노 전 위원장이 “고발은 불가하다. 왜 공무원이 나서느냐”고 반발했지만 김 국장은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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