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증언에 노려보고 벌게지고 천장 보고… 문고리 3인방 첫 법정 대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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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활비 36억 전달받은 혐의… 3인방, 가끔씩 서로 쳐다봐
증인 출석한 前국정원장 보좌관 “상납 지시 듣고 치사하다고 생각”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된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 19일 법정에서 첫 대면을 했다. 2016년 11월 정호성 전 대통령부속비서관(49)이 구속된 지 1년 2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안봉근 전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52),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52),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이 재판부에서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이 먼저 재판을 받던 중 10일 추가 기소된 정 전 비서관이 함께 배당되면서 세 사람이 같은 법정에 서게 된 것.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36억5000만 원의 특활비를 받는 것을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오후 1시 55분 안, 이 전 비서관이 먼저 법정에 들어섰다. 3분 뒤 정 전 비서관이 법정에 들어서자 안 전 비서관이 고개를 들어 힐끗 쳐다봤다. 이 전 비서관은 정 전 비서관을 약 10초 동안 응시했다. 재판 중에도 이들은 각자 변호인과 얘기를 나누면서 가끔씩 서로를 쳐다봤다.

평온하던 이들의 표정은 남 전 원장의 특활비 상납에 관여한 오모 전 국정원장 정책특별보좌관이 증언을 시작하자 변했다.

오 전 보좌관은 “(특활비를 상납하라는) 지시가 있다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땐 상당히 치사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눈을 뜨고 있던 이 전 비서관은 눈을 부릅뜨면서 오 전 보좌관을 노려봤다. 안 전 비서관도 얼굴이 벌게진 채 오 전 보좌관을 바라봤다. 정 전 비서관은 체념한 듯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봤다.

오 전 보좌관은 “부하가 쓰도록 돼 있는 돈을 상급자가 써야겠다는 지시로 받아들였다”며 “떳떳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남 전 원장도, 저도 창피했다.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이어 “(남 전 원장에게) 누가 전화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안 전 비서관”이라고 증언했다. 안 전 비서관은 고개를 떨어뜨리며 당황했다.

오 전 보좌관은 “전화를 받은 남 전 원장이 ‘아무리 형편없고 나쁜 놈들(비서관들)이라도 대통령 속이고 날 농락하는 짓은 않겠지’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또 현금 5000만 원을 차례대로 종이상자와 두툼한 봉투에 넣은 뒤 테이프로 봉했다고 했다. 함께 출석한 박모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은 “봉투를 건네받은 뒤 이 전 비서관이 보낸 차를 타고 청와대로 갔다. 대부분 신분증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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