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2시 45분경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2부 성창호 부장판사(46)가 TV로 생중계된 1심 선고의 마지막 부분에 주문이 써 있는 A4용지를 뒷장으로 넘기며 말했다. “판결을 선고하도록 하겠습니다.”
○ 朴, 불출석 사유서 내고 구치소서 선고 들어
3초간 숨을 고른 성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선고 형량부터 공개했다. “피고인을 징역 6년에 처한다. 피고인으로부터 33억 원을 추징한다.” 이어 2016년 국회의원 총선거 때 당시 여당인 옛 새누리당 공천에 불법 관여한 사건도 선고했다.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방청석에선 ‘이게 법이냐’ ‘인민재판 중단하라’ ‘무죄 대통령 석방하라’는 박 전 대통령 지자자들의 항의가 있었다. TV 생중계를 반대했던 박 전 대통령은 재판에 불참하고, 서울구치소 접견실에서 국정 농단 사건 1심 사선 변호인이었던 유영하 변호사(56)에게 선고 결과를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뒤 올 4월 국정 농단 사건 1심 선고 때도 불출석했다.
○ 특수활동비 “국고 손실이지만 뇌물은 아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상납 35억 원 중 33억 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2016년 9월 이병호 전 국정원장(78)에게서 받은 2억 원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특활비 33억 원은 대테러 정보수집 등 국정원의 업무에 사용되지 않아 ‘횡령에 따른 국고 손실’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국정원장에 대한 인사 등 대가성 있는 뇌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먼저 특활비를 요구한 만큼 상하 관계에 있는 공무원 사이에 주고받은 통상적인 뇌물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에서 돈이 오면 받아오라고 지시했을 뿐 구체적인 전달 방법은 언급하지 않은 점, 한꺼번에 거액이 아닌 매달 정기적으로 청와대에 건너간 점 등도 영향을 미쳤다.
검찰은 “대통령을 단순 보조하는 비서실 직원(안봉근 전 비서관)이 국정원장으로부터 받은 소액의 돈은 뇌물이라고 하면서 정작 대통령이 받은 돈은 뇌물이 아니라는 선고를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하기로 했다.
2016년 4·13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친박계(친박근혜)를 공천하기 위해 특활비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 등이 박 전 대통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고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 항소 포기할 듯…형 확정되면 징역 32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의 1심 선고는 이날 선고로 일단락됐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건 항소를 포기한 것처럼 국정원 특활비·공천개입 사건도 항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4월 국정 농단 사건으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받은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선고로 형량이 징역 32년으로 크게 늘었다. 여기에 벌금 180억 원과 추징금 33억 원은 별도다. 국정 농단의 공소사실 18건, 국정원 특활비·공천개입 3건 등 모두 21가지 혐의 가운데 18건의 경우 일부 유죄 또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형이 확정되는 대로 박 전 대통령의 재산(약 37억 원 추정)에서 추징부터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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