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적들로부터 나라 지켜달라” vs “대통령 파면땐 정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8일 03시 00분


국회-朴대통령측 치열한 공방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이 열렸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이날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 8명의 재판관을 설득하기 위해 열띤 설전을 벌였다. 사진공동취재단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이 열렸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이날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 8명의 재판관을 설득하기 위해 열띤 설전을 벌였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이 결코 부끄러운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합니다.”

27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에서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장은 8분 동안 박 대통령 파면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에 박 대통령 대리인단 이동흡 변호사는 “피청구인(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면 국민의 위임으로 성립한 정부가 임기 도중 급작스럽게 와해되는 정변(政變)의 양상을 띠게 된다”고 주장했다.

○ 박 대통령, 재단 출연 강요했나

양측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이 대통령의 권한 남용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것이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한 사안인지를 놓고 다퉜다. 또 두 재단 설립 등에서 문제가 된 점에 박 대통령의 고의가 있었는지도 쟁점이었다.

두 재단 설립과 모금 과정이 박 대통령 탄핵 사유에 해당되는지를 놓고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탄핵소추위원단 측은 “두 재단의 설립 모금 관련은 박 대통령 권한 남용으로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과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권한을 남용하고 위력을 동원해 대기업들에 재단 출연을 하도록 하고, 그 설립과 운영을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에게 사실상 맡겼다는 것이다.

반면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두 재단 법인에 (대기업들이) 출연한 행위는 단독 행위로 뇌물에 해당할 수 없고 검찰도 기소하지 않은 뇌물죄를 박 대통령 소추 사유에 적시했다”며 “증거를 모두 살펴봐도 일부 대기업의 재단 출연 행위를 뇌물로 볼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 씨가 (두 재단에) 관여한 점은 인정되나 박 대통령과 최 씨는 재단으로부터 한 푼도 받지 않았다. 더블루케이로부터 박 대통령과 최 씨에게 흘러간 돈도 없다”고 설명했다.

○ 세월호 참사 책임져야 하나

탄핵소추위원단 측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대응이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대통령 파면 사유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마땅히 해야 할 ‘생명권 보호와 직책 성실 수행 의무’ 위반이라는 것이다. 탄핵소추위원인 이용구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세월호 승객들을 구조할 ‘골든타임’이 명백히 있었고, 그 시간에 대통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권 탄핵소추위원단장은 “피청구인(박 대통령)은 배신당한 국민들의 마음을 외면하고 있다”며 재판부를 향해 “국민이 만들어 온 대한민국을 민주주의의 적들로부터 지켜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박 대통령 측은 “박 대통령이 관저 집무실에서 세월호 참사 보고를 받으며 그에 따른 지시를 했다”고 강조했다. 또 박 대통령 측은 ‘생명권 보호와 직책 성실 수행 의무’는 기본적으로 탄핵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법 논리를 구사했다. 일종의 정책 실패로 대통령을 탄핵한다면 같은 경우가 쉽게 반복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김평우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관련 탄핵소추 사유가 전혀 이해가 안 된다”며 “(박 대통령의 책임론에 대해서는) 옛날 조선시대 왕들에게는 그런 논리가 있었지만, 21세기에 그런 논리를 편다고 하면 외국 사람들이 웃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통령 파면할 중대 사유인가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파면 여부를 가를 핵심 쟁점은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는지’이다.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헌재는 노 대통령의 행위가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탄핵을 할 만큼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탄핵소추위원단 측 황정근 변호사는 박 대통령에 대한 총 17개 항목의 소추 사유를 상세하게 설명한 뒤 탄핵을 할 만큼 중대한 사유라고 설명했다. 이명웅 변호사도 “국가조직을 이용해 사익을 충족하고 이를 위한 관권 개입을 능동적 계획적으로 실행한 것으로 헌법 시스템을 심각하게 훼손한 중대한 법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대리인단 이동흡 변호사는 헌법 질서 수호를 위해 박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이 변호사는 “박 대통령을 파면했다가 무죄가 선고되면 언론과 검찰은 선동돼 인간 박근혜를 마녀사냥했고 헌재는 헌정 질서 파괴를 막지 못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중환 변호사는 “과거 역대 정권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 측근 비리 사유로 국민을 위해 국정 수행을 선의로 했던 것이다”며 역대 대통령들의 일반적 측근 비리이지 헌법질서 파괴로는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 박 대통령, 고의 있었나

박 대통령 측은 최 씨 등의 불법행위에 박 대통령의 고의 또는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이 관련된 게 없다고 주장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탄핵소추 사유에 박 대통령의 공범 의사가 없다”며 탄핵을 기각하거나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흡 변호사도 “선의로 추진한 일인데, 결과적으로 측근 비리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도의적 비난을 받을 정도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반면 탄핵소추위원단 측 황정근 변호사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2016년 초까지 최 씨에게 광범위하게 비밀 문건을 유출한 것은 박 대통령의 명시적 내지 포괄적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비밀 누설이 단발적이고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조직적이고 의도적이었기 때문에 충분한 탄핵 사유가 된다는 설명이다.

배석준 eulius@donga.com·이호재·조윤경 기자
#헌재#최종변론#탄핵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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