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로 정국 대치가 가속화되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모처럼 역사전쟁에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일사불란하게 속도전에 나서려는 청와대와 달리 예산국회를 앞둔 새누리당의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정부가 확정 고시를 앞당기면서 야당은 국회 보이콧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고시 이후’ 전략이 마땅치 않은 듯하다. 국정화 정국의 키를 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속내를 짚어봤다. 》
“이제는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가 되자 이같이 말했다. 국정화 고시가 일단락되면서 국정화 국면을 민생 국면으로 바꿔야 할 때라는 얘기다. 국정화 정국 초기에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전쟁’과 철저히 코드를 맞춰왔다. “교과서 문제는 선거의 유불리를 따질 사안이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역사전쟁’ 속에서 치러진 10·28 재·보궐선거에서도 비교적 선방해 당내 분란을 잠재웠다. 이 과정에서 공천 룰을 놓고 날을 세웠던 친박(친박근혜) 진영은 목소리를 낮췄고, 김 대표는 당 운영의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사전쟁’은 양날의 칼이다. 긍정과 부정의 양 측면을 다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이날 국면 전환을 강조한 것은 그런 고민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김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라는 말이 나온다. 야당의 국회 보이콧이 현실화하면서 당장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물론이고 민생법안, 노동개혁 5대 법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등 넘어야 할 산이 산적해 있다. 국정화 문제가 일단락된 만큼 잠복해 있던 공천 룰 문제와 선거구 획정 등 내년 총선을 위한 정치일정 합의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문제는 정치일정 협상 역시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입법 파행은 여당 대표에게 더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이날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여야의 대립이 민생보다, 나라의 국익보다 앞설 순 없다. 국민도 무한정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야당도 알아주길 바란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정국 대치의 부담은 깔려 있는 듯하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이날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확정 고시를 5일에서 3일로 앞당기는 바람에 야당과의 합의가 파기된 데 대해 항의한 것도 김 대표의 속내를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황 부총리는 “미안하게 됐다”며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설명했지만 당청 간 사전 조율이 미숙한 것을 드러낸 것이다.
국정화 태풍이 확정 고시만으로 끝나지 않고 총선 이슈로 증폭될 경우 국정화 전도사로 나선 김 대표를 겨냥한 수도권 후보들의 반발은 더 거세질 수 있다. 당내 갈등 전선도 표면화할 수 있다. 당 관계자는 “이르면 5일 최고위원회의부터 친박계가 공천특별기구 구성을 마무리 짓자고 요구할 수 있다”며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라 우선 선거구 획정 문제처럼 야당과 접점이 있는 부분부터 매듭을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