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로 만들어지는 국정 역사 교과서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에 대해 관련 학과 교수들과 교사들은 근대사 이전 부분은 학계의 정립된 통설 위주로 쓰고, 논란이 되는 근현대사 부분은 다양한 통계와 자료 위주로 객관적인 사실만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대사 비중을 늘리는 것을 두고서는, 고고학적 연구 성과를 중심으로 서술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조선과 고구려의 범위 논쟁은 기존 사학계와 재야 사학자 사이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분야다. 친일 미화 논란을 의식해 국수주의적 서술을 강화할 경우에도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통설을 중심으로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되는 고고학적 발굴 성과를 주로 담자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가 국정 역사 교과서에서 근현대사 서술 비중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근현대사 중에서도 특히 최근 30년 이내의 가까운 역사는 다른 선택과목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는 만큼 서술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고대사부터 한국사의 중요한 국면들을 주제사 중심으로 두루 균형 있게 다루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정고 이두형 교사는 “일반적으로 학교 현장에서는 자료(지도와 연표, 삽화와 통계)가 다양하게 갖춰진 교과서를 좋은 교과서로 평가한다”면서 “논란이 되는 근현대사의 경우 기술은 간략히 하고 통계자료와 사진 비중을 늘려 토론 자료로서 기능을 강화해 획일성 교육 논란을 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고 기술적으로 서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테면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인지, 건국인지의 표현을 놓고서는 논란이 정리될 때까지 ‘대한민국 수립’처럼 유보적인 표현을 쓰자는 주장이다.
기존의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을 두고 황교안 국무총리는 3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탄생을 정부단체가 조직된 것처럼 의미를 축소했다”고 했고, 이에 반박하는 측에서는 “임시정부부터가 건국”이라고 맞섰다. 한 사학과 교수는 “논쟁을 논쟁으로 남겨놓는 지혜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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