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집필계획 발표]
국편, 상고-고대사 집필진만 공개… 근현대사, 국책硏 학자 상당수 거부
일각 “보수우파에 편중될 가능성”… 11월말 서술기준-원칙 발표 주목
이번에 국사편찬위원회가 집필하는 국정 역사 교과서는 중학교 역사①·역사②와 해당 과목의 교사용 지도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5가지다. 국정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신뢰할 수 있는 집필진 구성과 △편향성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충실한 편찬 기준이다.
국편은 이달 중 집필진 구성과 편찬 기준 확정을 마무리하고 내년 11월까지 교과서 집필과 심의, 검토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어 한 달간 국편 내부의 시대별 전공자들로 구성된 검수팀의 검증을 거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국정 교과서를 둘러싸고 가장 큰 우려를 사는 대목이 바로 실무 작업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집필진 구성이다. 검정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 자체가 근현대사 부분에서 촉발된 점을 감안하면 특히 근현대사 집필진을 어떻게 구성하는가가 국정화 문제의 핵심이다.
국편은 이날 상고사와 고대사 부분의 대표 집필진은 학계 원로급으로 공개했지만, 나머지 시대별 집필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근현대사 집필에 있어서 국편은 동북아역사재단이나 독립기념관 등 전문적인 국책 연구 기관의 지원을 받겠다고 했으나,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국책 연구원 소속 학자들도 상당수 집필 거부를 선언한 상황이다. 이미 근현대사학회 등 관련 학회와 주요 대학의 사학과 교수들이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한 상황에서 집필진 구성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지 않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결국 뉴라이트 등 보수우파 학자들이 근현대사 집필을 독식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도 커지고 있다.
교과서의 서술 기준과 원칙을 정하는 편찬 기준을 어떻게 만들지도 중요한 변수다. 국편은 교육부의 심의를 거쳐 11월 말에 편찬 기준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9월 국편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편찬 기준 시안이 공개됐으며, 현재 이를 바탕으로 수정·보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교과서 편찬 기준을 대략적으로만 서술하는 대강화(大綱化) 원칙이 편향성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에 따라 이달 말 공개되는 편찬 기준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강화 원칙은 서술 내용을 일일이 제한하지 않도록 해 집필진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 때문에 집필자들이 자신의 역사관이나 정치적 성향을 교과서에 반영해 편향성 논란을 일으켰다는 비판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현재 검정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집필 기준은 A4 용지로 16쪽인데, 이를 바탕으로 대략 400쪽 정도인 교과서가 서술되면서 집필자의 주관이 지나치게 개입됐다는 것. 정부 여당은 대강화 원칙으로 집필진의 재량권이 남용된 것도 검인정 시스템 실패의 한 원인으로 보고 있어 이달 말 발표되는 편찬 기준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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