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쓰일 국정 역사 교과서는 2017년 3월부터 현장에 적용되는 만큼 집필과 검수 기간이 촉박하다. 이달 집필진과 편찬 기준을 확정한 이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집필이 시작되는 점을 감안하면 순전히 집필에만 걸리는 시간은 1년이 채 안 된다. 만일 완성본을 두고 뒤늦게 편향성 시비와 오류 논란이 불거질 경우 현장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당초 밝힌 원칙대로 교과서 집필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사전에 논란을 막고,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학계와 국민의 폭넓은 합의를 모아가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국정 교과서 집필을 맡은 국편은 앞서 4일 교과서 개발 일정을 밝히는 자리에서 “집필자는 어느 시점에 공개하는 게 집필에 방해가 없을지 따져서 적당한 때 하겠다”라고 밝혔다. 당초 교육부가 전체 집필진을 공개한다고 밝힌 것과는 다른 기조다. 교육 당국이 집필진 비공개 방침을 굳힐 경우 교과서를 둘러싼 편향성 시비와 절차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화 철회를 주장하는 측에서 “국정 교과서가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밀실 집필’ 문제를 제기하면서 장기적인 여론전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정부가 국정화의 불가피성을 내세운 만큼 국정 교과서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면 집필진 공개라는 정공법으로 정면 돌파해야만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명하게 집필 과정을 드러내는 것만이 불필요한 논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학과 교수는 “전체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교과서 개발 과정 내내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며 “새 역사 교과서는 결국 국민에게 평가받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수정도 해야 할 텐데 이러한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으면 국민 여론을 듣지 않는 교과서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소모적인 논란을 줄이려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일 국정화 확정 고시 발표 당시 공언한 것처럼 역사 교과서의 쟁점 사안들을 집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단원의 집필이 마무리될 때마다 이를 온라인에 공개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치자는 것이다. 황 장관은 교과서 개발 전 과정을 전문 기관 감수와 현장 교사들의 검토, 웹 전시 등을 통해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국편이 지금껏 밝힌 구체적인 검증 계획은 2016년 11월에 집필을 마친 원고를 토대로 12월에 국편 소속 전문가들이 검수를 하겠다고 밝힌 것이 전부다. 교육부와 국편이 집필 진행 단계별로 어떤 공개 절차를 거치겠다는 것인지 사전에 예고하고, 이를 충실히 지키는 것이 국정 교과서의 신뢰 확보에 중요한 요소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명분은 우리 근현대사의 정체성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쟁점과 논란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이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국민에게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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