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12월호/송년호 특별기획]
여야 원내대표 최초 ‘격돌 대담’
● “권역별 비례대표는 또 하나의 지역구…수용 불가”(元)
● “여야 추천 전문가로 검인정교과서 검증하자”(李)
● “국정교과서는 최선 아닌 차선, 오죽했으면…”(元)
● “4대강 예산 600억, 분쟁 없이 통과시켜줄 것”(李)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을 사흘 앞둔 11월 10일 오후 3시 국회 본청 의원식당. ‘신동아’가 송년호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대담에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 원내대표가 마주 앉았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선거구 획정 공방 등 첨예하게 맞선 각종 정치 현안의 타협점을 찾아보고 19대 국회를 되돌아보려는 취지에서 마련한 자리다. 19대 국회의 여야 원내대표가 언론매체 대담에 함께 자리한 것은 처음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대담에서 원 원내대표에게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도입에 대한 여야 간 논의를 다시 요청했다. 이는 새정연이 공식적인 의결 절차를 밟아 결정한 당 혁신안에 반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원 원내대표는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어 섣부르게 말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원 원내대표는 국사편찬위원회의 역사교과서 집필진 공모과정 및 명단 비공개 방침에 대해서는 “여러 정치적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역사교과서에 대해선 뭐든지 다 투명하게 해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집권 여당 원내대표의 발언인 만큼 여파가 주목된다.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대담에서 두 원내대표는 대부분의 사안에서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놓고는 같은 역사교과서를 두고도 서로 다른 해석을 하면서 격한 논쟁을 벌였다.
권역별 비례대표 vs 석패율제
대담은 선거구 획정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여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 및 수석부대표 간 협의에 이어 당 대표와 원내대표까지 참여한 ‘4+4 회동’을 갖는 등 선거구 획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점이었다.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은 11월 13일.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대담에서 11월 15일로 끝나는 정개특위 활동기간 연장 가능성을 이미 예고했다.
사회 선거구 획정 협상이 법정시한 내에 이뤄질 수 있을까요.
원유철 원내대표 걱정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당은 국회의원 정수(300인)를 늘리는 데 반대합니다. 국민 정서가 굉장히 부정적이고, 지금 청년 일자리를 비롯해 민생 문제 때문에 국민의 고통이 큰데 국회의원이 자기들 일자리부터 늘린다는 비난이 쏟아질 겁니다. 헌법재판소는 선거구 인구 편차를 3:1에서 2:1로 줄이라고 결정했습니다. 당에선 거기에 맞춘 안을 만들고 있는데, 농어촌 지역구가 많이 축소될 수밖에 없어요. 지방 인구는 줄고 수도권 인구는 늘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농어촌 지역 유권자의 의사를 어떻게 반영해나갈 것인가, 이게 중요하죠. 지난번에 이종걸 원내대표와 합의한 것 중 하나가 농어촌 지역구 줄이기를 최소화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역구는 늘리고 비례대표는 줄이자는 게 새누리당의 의견입니다.
이종걸 원내대표 지금 주어진 조건에서 (여야 서로의) 의견은 다 공유했습니다. 이젠 선택만이 남았죠. 우리 당의 취지는 합의제 민주주의를 완성에 더 가깝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2000만 표 중 사표(死票)가 1000만 표입니다. 새누리당도,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런 ‘단순 다수대표제’의 왜곡된 구조에서 이득을 보는 기득권자입니다. 어떻게든지 이걸 최소화하려면 이번에 선관위에서 제시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고 봅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비례대표 수에 대해서 열린 생각을 갖고 있다고 새누리당에 제안한 상태입니다.
원유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영남에선 새정연 후보들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데, 호남에선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우리 정치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권역별 비례대표는 ‘또 하나의 지역구’라고 보기 때문에 도저히 수용하기가 어려워요. 이 제도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국회의원 정수를 400인 정도로 늘려야 합니다. 대신 저희는 석패율제(높은 득표율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뽑는 제도) 같은 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정개특위 연장, 예정된 수순?
이종걸 외국의 (석패율제) 사례를 보면 부정적인 부분이 더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떨어진 후보가 당선되면서 민심 왜곡현상이 생기고,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의 동시 등록 등에서 초래되는 불평등 현상도 문제입니다. 이와 달리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합의제 민주주의의 완벽한 제도로서 상당한 기능을 하고 있어요.
사회 결국 법정시한을 못 지키고 정개특위 활동기간만 연장할 수도 있겠네요?
원유철 그럴 수 있습니다. 단순히 선거구 획정뿐만 아니라 내년 20대 총선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개특위를 통해서 논의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활동기간을 늘려야 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종걸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어쩔 수 없으나,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사회 막판까지 협상이 안 될 경우 의원 정수를 늘릴 가능성은 없습니까.
원유철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이종걸 두 당 모두 자기희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담 이틀 후인 11월 12일, 선거구 획정을 위한 여야 협상은 결국 결렬돼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했고, 정개특위 활동기간 연장안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현행법상 12월 15일부터 허용된 내년 총선 사전 선거운동을 위한 예비후보 등록조차 불투명해졌다. 정치를 새롭게 시작하는 신인들보다 현역 의원들이 더 유리해진 셈이다.
대담은 여야가 격하게 충돌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이어졌다. 원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의 논리대로 현행 역사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과 오류를 지적하며 “학생들의 역사인식에 혼란을 줘 국론 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국정화에 적극 찬성했다. 반면 이 원내대표는 “북한, 방글라데시, 시리아 등 극소수 국가만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다”며 “국정화는 친일의 역사와 독재의 실상을 미화하려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두 원내대표는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면서 치열한 공방으로 치달았다.
“도저히 안 되겠다…”
원유철 현행 교과서 편향성의 구체적인 사례를 우리 당에서 다 조사했어요. 북한은 건국, 대한민국은 정부수립, 이렇게 두산동아에서 썼단 말입니다.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의 책임이 남북한 모두에 있는 것처럼 서술해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어요. 김일성 우상화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나타난 게 있어요. 중요하지도 않은 보천보 전투와 굳이 필요 없는 주체사상은 가르치면서 북한 인권 문제와 정치범 수용소, 핵 문제 이런 건 거의 안 다뤘어요.
검정제 전환 이후에도 계속 이념적인 편향성으로 인해 논란이 계속됐고, 정부에서 수정 명령을 해도 집필진은 소송이라는 비학문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었습니다. 문제는 집필진에 일종의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는 거죠. 사실 제가 봐도 국정교과서가 최선은 아니에요. 차선이라 보는 거죠. 오죽하면 국정을 하겠습니까. ‘도저히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새누리당과 정부가 결단을 내린 겁니다.
이종걸 지금 예로 든 건국과 정부수립 등의 얘기는 정말 무지의 소치입니다. 헌법 전문만 좀 읽어보시면 건국과 정부수립이 뭐가 다른지 알 수 있으니까요. 6·25전쟁, 김일성 우상화, 주체사상 이런 문제는 정부가 검인정 과정에서 수정을 요구해서 다 수정했습니다. 소송은 그 내용 때문이 아니라 정부가 수정을 요구하면서 행정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제기한 것이고요.
그래서 제가 6·25전쟁, 김일성 우상화, 주체사상 같은 문제는 여야가 추천하는 전문가가 3명씩 참여하는 ‘교과서 검증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하자고 원유철 원내대표께 제안했습니다. 앞으로 만들어질 교과서가 아니고 지금 비판하고 있는 검인정교과서 7종에 대해서. 그러면 누가 옳은지 결판이 납니다. 기존 검인정교과서를 집필한 분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돌려막기’를 한다는데-박근혜 대통령도 그렇게 얘기하시는데-그분들이 우리나라 역사학자와 역사교사의 95%입니다. 95%가 카르텔이란 얘기가 말이 됩니까.
원유철 사례가 잘못됐다는데, 명백한 게 있어요. 두산동아 교과서 278쪽에 ‘38선이 그어지고 6·25전쟁이 일어나기 이전 남북한 간에 많은 충돌이 있었다’는 대목이 있어요. 6·25전쟁이 마치 그냥 작은 충돌로 인해서 일어난 것처럼 돼 있습니다. 6·25전쟁 책임이 남한에도 있는 것처럼 서술된 거죠.
이종걸 왜 거짓을 가지고 진실이라고 얘기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발췌해 가져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원유철 저희가 (교과서에) 있는 그대로 연구한 거예요.
“교육부 기준에 맞춰 쓴 것”
사회 야당이 제안한 ‘교과서 검증위원회’에서 같이 검토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원유철 우리가 전문가도 아니고 역사학자도 아닌데 우리가 나서서 검증위원회를 만들다간 역사교과서를 정치교과서로 만들 수 있어요. 역사교과서는 전문가와 역사학자, 국사편찬위원회에 맡기고 우리는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 법안, 경제 살리는 법안 처리 등 우리 할 일을 하자는 거죠.
이종걸 그러니까 양측이 추천하는 역사학자와 역사교사 등 전문가 몇 분을 초청해서 기존 검정교과서를 같이 검증하잔 얘깁니다.
원유철 우리는 문제가 있다고 구체적으로 페이지까지 적시했지만 이 원내대표는 이걸 인정하지 않고 어디에 그런 게 써 있느냐고 하시는 판인데 검증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안 되는 거지. 북한 세습정권이라든지, 북한의 인권 참상이나 핵 개발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 내용은 안 배우고 우리 아이들이 주체사상은 왜 배워야 됩니까. 도대체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이종걸 예컨대 이렇습니다. 천안함 사건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교과서 편찬 기준에 (천안함 사건이) 없습니다. 집필하는 분들이 그냥 자기가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게 아닙니다. 교육부에서 만든 기준에 맞춰 써야 합니다. 또 주체사상을 얘기하는데, 주체사상이 나쁘다는 걸 알기 위해선 우선 주체사상을 배워야 되지 않겠습니까. 교과용 편찬 기준에 ‘주체사상이 유일 체제의 하나의 도구가 돼서 북한이 저렇게 됐다’고 가르쳐야 한다고 돼 있어요. 그 기준에서 쓴 겁니다.
원유철 아뇨, 그렇지 않고요. 이게 천재교육 318쪽인데, 김일성 전집 자료 읽기라는 게 나와요. “왜 숨어서…” “다 공개할 것”
이종걸 천재교육 국사교과서 318쪽을 처음부터 다 읽어보겠습니다. 제목이 이렇게 돼 있습니다. ‘김일성의 권력 독점과 전후 복구’. 그리고 사진이 나옵니다. 김일성, 박헌영, 허가이. 그리고 보세요. ‘김일성은 어떤 과정을 거쳐 1인 독점 권력 체제를 완성하였을까’ 이렇게 돼 있습니다. 사진의 제목은 ‘김일성과 몰락한 권력자들’이고.
원유철 거기 아래 해설을 보면 김일성 전집이 있잖아요. ‘조선혁명이야말로 우리 당 사상사업의 주체입니다’. 이거 보세요, 나오잖아요. 이런 게 주체 우상화죠.
이종걸 전체 내용 속에서 소개된 건데, 그게 김일성 전집을 소개하기 위해 한 겁니까. 이렇게 편견을….
원유철 아니죠, 그걸 뺐어야 맞는 거죠. 자료 읽기를 강조하고, 주체의 강조와 김일성 우상화를 했다고 보는 거예요, 우리는. 알지 않아도 될 것을 왜 가르쳐야 합니까.
이종걸 국민을 너무 무시하면 안 됩니다. 북한의 우상화, 그리고 자신의 권력 독점을 위해 반대파를 숙청해간 김일성 체제의 역사를 그대로 설명하고 있는데, 어떻게 김일성 주체사상을 옹호했다고 하는 겁니까.
원유철 보세요, 내용을. 은연중에 주체사상이 나쁘지 않다는 걸 가르친 거예요. 그게 아니라면 여기에 주체사상이 나쁘다고 했어야죠.
이종걸 나쁘다고 얘기하고 있잖아요. 읽어보란 말이에요. 우리 중·고등학생 100명한테 한번 물어보세요. 주체사상이 김일성 우상화의 도구가 됐고 주체사상이 바로 북한 체제의 공고화, 북한 체제의 공산화, 독점화의 도구가 됐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 수 있는데 이걸 가르치지 말라고 하면 도대체 어떻게 합니까.
원유철 백번을 양보하더라도 왜 주체사상만 쓰고 세습 정권 비판은 안 하느냐는 거죠. 인권유린, 정치범 수용소의 실상, 탈북자 문제 이런 건 안 쓰고….
이종걸 원 원내대표께선 국사 편찬 지침서를 좀 보셔야 될 것 같아요. 북한 수령 체제에 대해서만 500쪽을 쓰라면 그런 얘기들까지 다 쓰겠지만…
원유철 그래도 북한 인권 문제, 이런 건 다뤘어야죠. 이종걸 원 원내대표께서 아예 역사 편찬 지침서를 쓰세요….
사회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역사교과서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야당이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데요. 이건 어떻게 봅니까.
원유철 공개할 겁니다. 부작용이라든지, 여러 가지 정치적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역사교과서에 대해선 뭐든지 다 투명하게 해야죠. 숨길 문제가 아니니까요.
이종걸 집필자를 선정하는 과정이나 집필진의 폭과 범위부터 이렇게 비공개로 숨어서 하는 건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집필을 거부한 95%의 역사학자와 역사교사들을 배제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나머지 5%는 어떤 분들인지 모르겠지만, 그분들을 설득해서 어떻게든지 정부 여당의 의도에 맞게 추진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봐요.
공천권, 다시 국민에게?
두 원내대표는 이처럼 같은 검인정 교과서의 같은 내용을 놓고도 설전을 벌였다. 그만큼 시각의 차이가 크다는 얘기다. 공방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같은 자리를 돌고 돌았다.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여당과 야당이 역사교과서를 놓고 당장 타협점을 찾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대담의 주제를 공천제도 등 정치 현안으로 옮겼다.
사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제도를 둘러싼 당내 계파 갈등이 첨예한데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제안한 오픈프라이머리는 이제 물 건너간 겁니까.
원유철 처음에 ‘국민에게 정권을 돌려드리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새누리당의 보수혁신특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를 전제로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를 추진한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새정연이 9월 16일 당 중앙위원회를 열어서 혁신위안을 통과시켰어요. 전략공천 20%, 현역 컷오프 도입을 당론으로 정했기 때문에 오픈프라이머리는 어렵겠다고 판단하고 우리도 새로운 공천 룰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사회 최근 새정연 의원 상당수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야당 내에 뭔가 변화가 있는 겁니까.
이종걸 80여 분이 상향식 공천인 오픈프라이머리를 당론으로 정해서 법안을 내자고 제게 의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 의총을 열 생각입니다. 우리가 오픈프라이머리를 당론으로 다시 정한다면 새누리당이 기존에 제안한 안과 뜻을 같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회 새정연에선 이미 혁신위안이 당론으로 결정된 상태 아닌가요.
이종걸 아닙니다. 혁신위원회에선 오픈프라이머리가 되는 경우는 여백으로 놔두고, 그게 안 될 경우에 ‘3대 7 안심번호로 공천을 한다’는 당규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픈프라이머리를 추진할 수 있습니다. 안심번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부정적으로 얘기해서 안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픈프라이머리는 (여당이)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린다’는 명분으로 추진한 겁니다. 그걸 포기한다는 얘기는 국민에게서 공천권을 빼앗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당이 진정성을 유지한다면 (오픈프라이머리가) 충분히 20대 총선에서 하나의 공천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사회 원 원내대표의 생각은….
원유철 지금 굉장히 혼란스러운데요. 새정연에서 어떻게 결론을 내릴지 모르겠지만,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제가 섣부르게 말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아요. 공천 룰을 정할 우리 당 특별기구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겁니다.
다수결 원칙 vs 49%의 무게
역사교과서 국정화 공방에 이어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19대 마지막 국회에서도 처리되지 못한 법안이 수두룩하다. 현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과 각종 민생 법안, 한중 FTA 비준안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이 적지 않다. 여당은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이 국회선진화법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야당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사회 국회선진화법이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종걸 국회에서 물리적인 충돌을 방지하고, 입법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을 공유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예산의 경우 시간을 정해서 할 수 있게끔 하는 예외를 뒀는데, 법 중에 예산과 관계없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예산 부수 법안의 경우에는 예산과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해석상의 문제가 좀 있어요. 그런 법적 미비점은 좀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유철 국회선진화법은 정상적인 법이라고 볼 수가 없죠. 어떤 정치적인 상황이나 시대를 일시적으로 반영한 임시방편적인 법입니다. 2012년 5월에 국회를 통과했는데, 여야가 타협이나 설득에 의해서가 아닌 일방적 단독 처리, 심한 몸싸움 같은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만들었잖아요. 그래서 과거엔 ‘동물국회’였다면 지금은 ‘식물국회’가 됐어요.
보편적인 민주주의 결정 방식인 다수결의 법칙이라는 게 완전히 실종됐잖아요. 국회에서 집권 다수당으로서 국민이 부여해준 역할과 임무를 전혀 못합니다. 토론과 대화는 충분히 하되 의사결정은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아무것도 결정을 안 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게 없잖습니까.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국회 운영을 위해서라도 국회선진화법은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종걸 다수결의 원리는 중요하죠. 그런데 법안 처리는 다릅니다. 51% 국민도 중요하지만, 49% 국민의 무게도 역시 법안에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포인트 적은 소수당이기 때문에 모든 법률 결정에서 51%의 결정을 용인할 수밖에 없다면 그건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원유철 의사결정 방식 중에선 모두가 합의하는 만장일치가 제일 좋죠. 하지만 만장일치가 안 될 경우에는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다수결 원칙에 따라서 의사결정을 하고 집행하는 거죠. 그게 안 되면 계속 제자리만 맴돌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잘못하면 책임지고 소수가 되는 겁니다. 그게 정치적인 책임이죠. 적어도 일정 기간만큼은 책임을 지고 일할 수 있어야죠. 그것이 책임정치, 대의민주주의 아닐까요.
“일자리 82만 개 생기는데…”
사회 지금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은 무엇입니까.
원유철 내년부터 정년이 연장되니까 임금피크제 도입이 급해요. 청년 일자리가 굉장히 절박하잖아요. 특히 경제활성화 법안이라고 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법안입니다. 관련 연구기관에 따르면 세 법안이 통과될 경우 82만 개 정도의 일자리가 생긴답니다. 지난번 청와대 5자회담에서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도 국제의료사업지원법에 대해선 크게 이견이 없었습니다. 이런 건 빨리 합의해서 통과시켜야 해요. 법안뿐만 아니라 한중 FTA 비준안 처리도 시급합니다. 지금 수출이 굉장히 어렵잖아요.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경제 영토를 넓힌다는 차원에서 빨리 통과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이종걸 각 당에서 관심이 큰 법이 있습니다. 예컨대 우리 당에선 상법의 다중대표소송제인데, 이런 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다시 논의해서 일부 제한된 내용만 집어넣어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같이 통과시켜야 해요. 이런 식으로 빨리빨리 처리하면 좋습니다. 경제활성화 법안에 대해선 더 이상 지적하지 않겠습니다. 들을 생각도 안 하니…. 법 하나 만들어서 일자리가 10만 개, 20만 개 생긴다면 법을 1000개라도 만들겠습니다. 일자리가 1만4000개 늘어난다는 외국인투자촉진법이 통과된 지 벌써 3년이 지났는데 일자리가 500개도 늘지 않았어요.
한중 FTA는 절차상으로는 벌써 합의했고 다음 주 정도 상임위 논의의 충실성을 전제로 여·야·정 협의를 하자고까지 얘기했습니다. 저희가 줄곧 강조하는 것은 무역이익공유제, 농·수·축산 분야의 피해에 어떻게 대비하느냐는 문제입니다. 그다음에 한중 FTA에서 빠진 황사 등 월경성(越境性) 환경 문제나 불법 조업 등은 우리가 거론하면 할수록 이익입니다. 한중 FTA의 체계로 볼 때 힘들면 별도의 협상을 통해서 논의하면 됩니다.
원유철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와 미세먼지는 정말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다만 한중 FTA에서 규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한중 정상회담을 위해 리커창 총리가 왔을 때 대기환경개선협력 MOU(양해각서)를 체결했어요. 중국발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거죠. 불법 조업도 이번에 한중어업공동위원회에서 불법어업방지공동합의문을 채택했고, 한중회담에서 이걸 재확인했습니다. 공동으로 단속하고, 불법 어선을 몰수하고, 위반 어선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로 합의한 겁니다.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선 대책도 마련했고 별도 채널을 통해 계속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이종걸 이 정도로는 안 됩니다. 가령 불법 조업의 경우, 불법 어로 탐지기구 설치를 의무화해서 수출인증서에 첨부하도록 하는 정도까진 돼야죠. 외국에서는 다 그렇게 합니다. 월경성 황사 문제도 주무 담당 기구가 결정돼서 이미 어느 정도 논의를 시작했어야 합니다. 이런 정도의 내용이 돼 있지 않으면 한중 FTA의 완전성을 기하기가 어렵습니다.
“집권하면 4대강 洑 없앨 것”
사회 끝으로 19대 국회에 대한 평가와 함께 앞으로 남은 임기를 어떻게 마무리할 생각인지 들려주시죠.
원유철 19대 국회가 불과 5개월 남았는데 걱정부터 앞섭니다. 저 스스로도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려울 거 같아요. 다만, 여야가 극한 대립도 했지만 때로는 좋은 전통도 마련해왔기에 앞으로 더 많이 쌓아가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사건 이후 상황에 여야가 초당적으로 힘과 마음을 모으지 않았습니까.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함께 결의문도 내놨고요. 안보에 여야가 없듯이 민생에도 여야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종걸 일반 국민은 19대 국회에 대해 그리 좋게 평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남은 5개월 동안, 밀린 법안들이 자동 폐기되지 않도록 잘 처리하면 좋겠습니다. 그 방안으로, 필요한 상임위에 법안소위를 늘려 제1, 2소위로 두고 한 달만이라도 가동하면 법안 처리를 좀 더 잘할 수 있을 듯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예컨대 정부 여당이 4대강 예산으로 600여억 원을 반영했고 거기에다 또 얼마를 증액해야 한다는데, 저희는 별 분쟁 없이 통과시켜 드리려고 합니다. 저희가 4대강에 대해 얼마나 비판했습니까. 전형적인 실패 사례입니다. 이번 가뭄을 보면 4대강은 지류 하천에서 주로 일어나는 가뭄에 아무 효과가 없었습니다. 이제야 본류 하천의 물을 끌어다 쓰자는 건데 제대로 되겠습니까. 그래도 해보겠다니까 해주려고 합니다. 물론 저희가 집권하면 보(洑)를 없앨 겁니다. 그러면 이 돈이 쓸데없는 예산이 되겠지만, 지금 당장 닥친 가뭄과 내년 홍수 대비를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건 하겠습니다. 당장 급한 것은 선별 처리할 생각입니다.
원유철 상임위에 제2소위를 두는 것에 대해 우리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사회·정리 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12월호 에 실린 기사입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