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국정 중학교 역사(1·2)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현장 검토본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개발했다”며 ‘역사적 사실과 헌법가치에 충실한 교과서’임을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한 달간 여론 수렴을 거쳐 학교 현장의 적용 방안을 결정하겠다며 “이로써 지난 10여 년간 역사 교과서의 편향성 논란과 이념 논쟁으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적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정부가 만든 교과서는 기존 검정 교과서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수립’으로 표현된 것을 ‘대한민국 수립’과 ‘북한 정권 수립’으로 바꾸는 등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고히 서술했다.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발전해 왔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룩한 대표적인 국가임에 유의하도록 ‘편찬 기준’에 명시해 미래 세대가 나라와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갖도록 한 점도 바람직하다.
현행 역사 교과서 중 상당수는 대한민국을 친일·분단·독재세력이 이끌어온 ‘실패의 역사’처럼 표현하거나 북한의 선전을 무비판적으로 인용해 균형 잡힌 역사 인식을 교육하는 데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어제 공개된 교과서는 북한 정권의 세습체제 구축과 북한 주민의 인권탄압, 끊임없는 대남 도발 등을 분명하게 기술함으로써 좌편향적 문제를 털어낸 점도 평가할 만하다.
교육부가 지금처럼 ‘교과서 집필 기준’을 정교하게 만들어 내놓고, 이에 따라 집필한 각 출판사 교과서의 검정을 철저하게 했다면 기존 교과서의 편향성은 바로잡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할 일부터 제대로 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은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국정화 방침을 밀어붙였다. 더구나 박정희 유신체제에 대해 ‘안보를 명분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한 독재체제’라면서도 새마을운동은 과도하게 부각시키는 등 논란이 될 부분이 없지 않다. 당장 야당과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박근혜 교과서’를 비판하며 국정화 중단을 촉구해 ‘역사 전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정부는 계획대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해 박 대통령의 국정동력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새 교과서를 만든 편찬 기준에 따라 검정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또 다른 갈등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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