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의 초고인 '원고본'이 박정희 정권과 이승만 정권을 최근 공개된 현장 검토본보다 더 노골적으로 미화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원고본은 교과서 집필진이 만들어 국사편찬위원회에 제출한 원본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별위원회 소속 노웅래 의원이 9일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제출받은 고교 국정 한국사교과서 원고본은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를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대통령 1인의 독점적 권력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체제였다"(256쪽)고 서술했다. 박정희 정권을 설명하는 내용 중 '독재'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반면 일반에 공개된 현장 검토본은 유신 체제에 대해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한 독재 체제였다"(265쪽)고 기술했다.
이준식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원고본에 독재라는 말이 안 나왔으면 유신체제를 독재로 규정하지 않으려고 작정을 하고 쓴 것 같다"며 "민주주의와 헌법이 부정됐던 현실을 덮으려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원고본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등장하는 사진이 3장이나 나온다. 251쪽에는 1967년 전국상품전시회와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식에 참석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사진 2장이 나란히 실려있다. 256쪽에는 박 대통령의 얼굴이 나오는 '10월 유신 3주년 총화 유신 국민 대회' 사진도 있다.
현장 검토본은 박정희 정권의 새마을 운동을 다루는 11개 문장 가운데 긍정적인 표현이 10개 문장, 부정적 표현이 단 1문장이라 "박정희 미화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는데, 원고본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원고본은 254쪽에서 새마을 운동을 18문장에 걸쳐 서술하면서도 부정적인 내용은 단 한 문장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비판에 대해 박성민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은 "원고본은 집필진이 혼자 쓴 초고로 사진도 이것저것 임시로 넣어둔 것으로 완성된 교과서가 아니다"라며 "한층 다듬어진 현장 검토본에는 그러한 표현이나 서술이 없다"고 반박했다. 집필진은 일단 자기 생각을 바탕으로 초고를 쓰지만 편찬심의위원회, 국편의 검토와 수정을 거쳐 완성해나간다는 것이다. 박 부단장은 "현재 공개된 현장 검토본 또한 시민과 교사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주고 있는데, 매일 검토하고 수정하고 있다"며 "완성본이 아닌 초고를 가지고 비판은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23일까지 현장 검토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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