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초중고교 학생들은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 대신 ‘민주주의’라고 적힌 역사교과서로 배우게 된다. 초등학교에는 내년부터, 중고교 학생들은 2020년부터 적용된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의 ‘초등 사회과·중등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안’을 22일 행정 예고했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 때 만든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전제로 만든 중등 역사과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모두 바꾸기로 했다. 교육과정은 교과서는 물론 수업내용 등 모든 교육내용의 근거가 되는 ‘헌법’과 같은 문서다. 집필기준은 교육과정을 어떻게 검정교과서에 담을지 정리한 지침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과 거의 차이가 없다. 우선 대한민국의 정치 체제를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로 규정했다. 역대 역사 교과서에서 대부분 민주주의로 표현했으며, 현재 다른 사회 과목에서도 민주주의로 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노무현 정부 때까지 역대 역사 교과서에서 민주주의라고 썼으나 이명박 정부 때 자유민주주의로 바뀌었다.
국정교과서 추진 당시 논란이 됐던 1948년 관련 기술에서는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정했다. 다만 지금 교과서에도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돼 있기 때문에 실제 교과서에서 달라지는 건 없다. 올 초 공청회에서 공개한 시안에서 누락돼 논란이 됐던 ‘6·25 남침’ 표현은 교육과정에 명시됐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기술이 빠진 집필기준이 그대로 확정돼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 중고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에는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에 유의한다’고 기술돼 있다. 보수 학계에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간 집필기준이 너무 세세하다는 비판을 고려해 이번에는 집필기준에서 최소한의 방향성만 제시했다”며 “교과서 집필자들이 교과서를 쓰면서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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