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지역독식 깨기 vs 대통령 권한 축소’ 균형추 찾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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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시계 1년 앞으로]<1> 권력구조 개편 논의 쟁점은


대한민국 7공화국 개헌을 위해선 합의해야 할 쟁점이 수두룩하다. 5년마다 반복된 ‘정부 실패’를 시스템으로 극복할 수 있는 권력구조 개편부터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권한의 재조정도 불가피하다. 새로운 헌법에는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과 가치도 담아야 한다. 동아일보는 1년 앞으로 다가온 개헌의 핵심 쟁점을 짚어봤다.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되면서 1987년부터 30년간 이어져온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는 게 중론이다. 개헌이 이뤄진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쟁점은 30년의 실패를 극복할 ‘더 좋은 권력구조’가 무엇이냐다.


○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동상이몽

개헌은 대선 때마다 반복돼온 단골 공약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문재인 후보 모두 4년 중임제 개헌을 약속했다. 올해 대선에서도 후보들은 개헌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다만 중도 하차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은 국회의원 임기에 맞춰 ‘3년 임기 대통령’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반면에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정부에서 4년 중임제 추진을 주장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문 대통령으로선 임기 단축 개헌을 언급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문 대통령 집권 이후 정치권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졌다. 차기 집권 가능성이 높은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의 생각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집권 희망이 보인다면 오히려 임기가 늘어날 수 있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미래 권력을 견제해야 할 진영에선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국회의 견제 기능을 더 확보하는 쪽에 관심이 많다. 야3당이 대선 전 사실상 ‘대통령 직선 내각제’에 합의한 이유다.

○ 한국형 분권형 대통령제 탄생할까

대선 직전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의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간사들은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하고 1회에 한해 중임할 수 있는 4년 중임제를 들고나왔다. 다만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했다. 국회가 선출한 국무총리가 행정부의 수반이 되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내세운 것이다. 통일 외교 국방 등 외치에 해당하는 국무위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무총리가 실질적인 제청권을 갖도록 했다. 외치와 내치를 분리하겠다는 얘기다.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았던 야 3당은 대선에 앞서 대통령을 직접 뽑고자 하는 국민의 열망을 수용하되, 실질적으로 국정 운영은 국회가 하는 ‘한국형 분권형 대통령제’를 구상한 셈이다. 이게 실현됐다면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국 운영은 사실상 야당이 선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당시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고, 야3당의 개헌안은 원점에서 재검토할 예정이다.

권력구조 개편은 선거구제 개편이란 ‘복병’과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5당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서 “선거구제 개편이 같이 논의된다면 다른 권력구조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 개편이 이뤄진다면 국회의 권한이 한층 강화되는 분권형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 등 다양한 형태의 권력구조도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려면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최대 기득권인 지역구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러 지역구를 하나의 선거구로 묶는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이 쉽지 않은 이유다. 결국 의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놓지 못한다면 내각제 요소가 가미된 분권형 대통령제 역시 국민적 지지를 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민주당이 대통령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개헌안에 찬성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 대통령, 국회의원 선출 시기는 어떻게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맞추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만약 내년에 4년 중임제로 개헌이 이뤄진다면 2022년에 대선과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2년 뒤 22대 총선이 실시된다.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임기가 모두 4년이 되면서 2년 간격으로 대선-지방선거와 총선이 실시되는 셈이다. 총선이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으로 치러진다는 얘기다. 물론 개헌안에 국회 해산권이 포함되고 실제로 발동된다면 대선, 지방선거, 총선이 실시되는 간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내년 6월 개헌을 하더라도 문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 보장된다. 그 대신 중임제로 개헌이 되더라도 문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할 수 없고, 다음 대통령부터 4년 중임제가 적용된다.

결국 개헌의 성패는 대통령의 권한을 포함해 권력의 견제와 분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뤄 내느냐에 달려 있다. 대통령의 권한은 그대로 둔 채 임기만 4년 중임제로 변경하는 개헌안에는 야3당이 찬성할 가능성이 낮다. 반면 국회 권력의 비대화는 국민의 반대 여론을 넘어서야 한다. 행정부와 입법부 간 권력의 미묘한 균형추를 잘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청와대와 여야가 권력구조와 선거구제에 우선 합의하지 못하면 개헌 논의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개헌#문재인 정부#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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