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편성권 정부독점 조항 수정” “국회 간섭땐 민원 난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4일 03시 00분


[개헌 시계 1년 앞으로]<2> 행정부-입법부 파워게임 치열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의 삼권분립은 대한민국 헌법의 근간이다.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온 게 사실이다. 개헌이 이뤄진다면 달라진 시대상에 따라 ‘삼권 균형’을 맞추는 일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권한을 뺏기지 않으려는 행정부와 권한을 키우려는 입법부 간 파워게임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 정부와 국회의 ‘예산 권한’ 줄다리기

정부가 독점한 예산 편성권의 재조정은 파워게임의 ‘뜨거운 감자’다. 현재 헌법은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하고, 국회가 이를 심의·확정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는 국정 운영의 시작인 예산안 편성 단계부터 견제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의원들 사이에선 예산안도 법안으로 규정해 국회가 폭넓은 재량을 가지고 수정하는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특히 국회는 정부의 동의가 없으면 세부 사업 예산을 증액할 수 없도록 한 헌법 규정을 ‘독소조항’으로 여기고 있다. 국회의 예산안 심의권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것이다.

실제 연말 ‘예산안 시즌’이면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입김은 막강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한 위원은 “기재부 예산실장이 ‘컨펌(확인)’해야만 예산안에 반영되니 ‘예산실장 멱살이라도 잡아야겠다’는 의원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다. 민원성 ‘쪽지 예산’이 더 극성을 부릴 수 있어서다. 여당 시절 예결위 간사를 지낸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지역구 의원은 물론이고 비례대표까지 찾아와 부탁하는 실정인데 국회의 권한을 키우면 국가 재정이 거덜 나지는 않을지 솔직히 의문이 든다”고 했다.

○ ‘코드 감사’ 논란, 감사원 기능 조정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는 오랜 과제다. 역대 정권마다 ‘외풍’ ‘코드 감사’ 논란이 되풀이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출범 직후 감사원 독립 논란이 불거졌다. 박근혜 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감사원이 4대강 사업 감사를 서두르면서다.

이는 역설적으로 감사원의 독립성을 보다 확실하게 헌법에 명시해야 할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대통령이 임명하던 감사원장을 감사위원 중에서 호선으로 선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도 감사원장의 임기(4년·1회 연임 가능)는 헌법에 보장돼 있다. 그러나 감사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석연찮게 중도하차한 사례가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전윤철 전 원장은 이명박(MB) 정부가 들어서면서 연임 6개월 만에 물러났다. MB가 임명한 양건 전 원장도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6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감사원의 회계검사권을 국회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행처럼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으로 두되 공무원의 직무감찰만 담당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정치행정분과위원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도 “이미 발표된 감사 사안에 대해서도 감사원의 소장자료를 보려면 교섭단체 대표를 뽑아 필기도 못한 채 눈으로 열람해야 했다”며 공약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 대통령 인사권, 사면권 견제장치 강화

대통령의 인사권과 사면권 제한도 개헌 과정에서 주요한 이슈다. 삼권분립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려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과 사면권에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이 3월 마련한 단일 개헌안 초안에도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법원의 의견을 듣고, 국민통합심의회의 심의와 사면위원회의 의결을 거치게 하자는 것이다. 특사가 사법부의 ‘형벌권’을 무력화시킬 뿐만 아니라 힘 있는 정치인이나 재벌 총수들의 보호 수단으로 악용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사법부 수장을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임명하는 ‘아이러니’도 손봐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대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독립된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고, 이들 기관의 장을 호선으로 선출하거나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형식적으로 임명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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