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도 임기초 개헌 드라이브… 국민투표 카드로 野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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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내는 대통령 개헌안]佛의원 정수 3분의 1 축소가 핵심
여론 지지 업고 ‘의회 힘빼기’ 강공… 野 “反의회적 발상” 강력 반발
국회표결 거쳐야 하는 한국과 달리 곧바로 국민투표 부쳐 개헌 가능

에마뉘엘 마크롱(사진) 프랑스 정부가 임기 초반부터 강하게 개헌 드라이브를 걸면서 야당과 충돌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과 이틀 차로 당선된 마크롱 대통령은 각종 개혁안에 속도를 붙이려면 비효율적인 현 정치구조를 집권 초에 뜯어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정치개혁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7월부터 여러 차례 여야 지도자들과 만나 개헌안 통과를 당부했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도 이달 5일부터 거의 매일 여야 정당 지도부를 만나 개헌안 통과를 설득하고 있다. 14일 상하원 의장과의 만남이 분수령이다.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은 “의회가 빨리 개헌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정부가 4월 발의해 8월 전 국민투표로 통과시키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취임 1년이 되기 전 개헌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과 국회를 압박하며 정부 주도의 개헌을 예고하는 점 등 겉모습은 문 대통령의 개헌 추진 방식과 비슷하지만 그 내용과 절차를 들여다보면 마크롱 정부 쪽이 더 과격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구체적인 개헌안을 국회에 지침처럼 내려놓은 상황이다. 현재 925명(하원 577명, 상원 348명)에 달하는 의원 수를 각각 하원 400명과 상원 200명으로 3분의 1씩 줄이고, 국회의원 임기를 최대 3선으로 제한하며, 전체 의원 수 10∼15% 규모의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등 국회의원의 힘을 빼는 내용이 주로 담겨 있다.

야당은 “반의회적인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제라르 라르셰 상원 의장은 “의원 수를 줄이는 건 협의가 가능하지만 3분의 1이나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며 “4선 연임 제한은 유권자의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강경하다. 개헌안이 통과되려면 국회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 즉 상하원 의원 55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여당은 하원 359명, 상원 21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회를 통과해야만 국민투표로 가는 한국의 개헌 절차와 달리 프랑스는 국회를 거치지 않고 헌법 9조에 따라 곧바로 국민투표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국민투표까지 염두에 두는 건 기성 정치에 불만을 갖고 있는 여론의 강력한 지지 덕분이다. 8일 일간 르피가로가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2%가 마크롱 개헌안이 프랑스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의원 정수 축소(찬성 91%), 의원 4선 연임 금지(찬성 86%), 비례대표 도입(찬성 68%) 모두 찬성이 압도적이었다. 또 응답자의 73%가 국회 통과가 힘들 경우 국민투표에 부치는 데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국민투표까지 선택할지를 두고서는 엘리제궁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1969년 샤를 드골 당시 대통령도 상원 개혁안을 국민투표에 부쳤다가 부결돼 사임한 적이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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