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개헌 논의가 진척되지 않으면 발의하겠다고 밝힌 대통령 개헌안 초안이 13일 공개됐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자문특위)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 초안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개헌안의 핵심인 정부 형태에 대해 자문특위는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원칙으로 대통령제 골격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방분권 강화를 헌법 명문에 넣고 특히 수도를 법률로 정하도록 헌법에 명기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치권과 학계,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제기된 견해를 중심으로 각종 쟁점을 분석했다.
자문특위는 정부 형태를 대통령 4년 연임(連任)제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대통령 임기가 현행 5년에서 최대 8년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을 국민이 한 차례 심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문특위가 대통령 연임제를 제안한 건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가 낮은 점을 감안해 대통령제 근간을 유지하되 조기 레임덕과 정책 일관성 부재 같은 5년 단임제의 폐해를 막아보자는 취지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대통령제를 유지한다면 국민이 자기가 뽑은 대통령에 대해 심판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연임제 선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통령 선출을 한 차례 다득점자가 아닌 ‘결선투표제’로 바꾸는 방안도 제출됐다. 결선투표제는 유권자의 과반수를 확보한 후보가 없을 경우 1,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2차 투표를 실시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거 비용이 추가로 들 수밖에 없지만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숭실대 교수)은 “최소 50% 이상의 표를 얻은 대통령이어야 자신이 내건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내치를 담당하는 총리를 국회에서 뽑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자유한국당이 이에 반대하고 있어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해도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대통령 인사권 축소, 장관 임명에 대한 국회 동의 여부는 복수안을 제출했다. 자문특위가 대통령 권한 축소 방안을 단일안으로 보고하지 못한 것은 그만큼 이 사안을 놓고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민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야권과 학계 일각은 총리를 비롯해 주요 권력기관장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국회로 상당 부분 이양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반면 협치 문화가 부족한 실정인데 대통령 인사권을 국회에 대거 이양할 때 임명이 지연되는 등 파행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통령 권한을 줄이는 수단으로 감사원을 독립시키는 방침도 포함됐다. 감사원을 국회 산하에 두는 데 대해 자문특위는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가 낮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쟁점 중 하나인 국무총리 선출 방식은 현행대로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국무총리를 임명하는 방식을 1안으로,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2안으로 각각 올렸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총리를 국회에서 뽑는 방안은 배제됐다.
하승수 자문특위 부위원장은 “국민토론 결과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는 방식에 반대하는 의견이 68.3%로 토론 전에 비해 20%포인트나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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