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외치(外治)를 담당하는 대통령은 국민이 뽑고 내치(內治)를 담당하는 국무총리는 국회가 뽑는 자체 개헌안을 확정해 3일 발표했다. 6월에 국회 개헌안을 발의해 9월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개헌 로드맵’도 공식화했다. 구체적인 개헌안을 공개한 한국당이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하라는 압박을 강화하면서 여야의 충돌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 한국당, 의원내각제 요소 강화
한국당 개헌안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대통령 권한을 축소해 국무총리와 나누는 것이다. 한국당은 이를 ‘분권 대통령·책임 총리제’라고 부른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현행 헌법대로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한다면 총리가 국민에게 책임을 다하기보다 대통령만을 바라보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능을 넘어서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기존 행정권 중 외치에 해당하는 통일·국방·외교 업무는 대통령이, 나머지 행정권은 총리가 통할하는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한다. 다만 대통령도 의회를 견제할 수 있도록 내각과 의회 사이에 협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총리의 제청을 받아 국회를 해산할 권리를 명시해 내각제적 요소를 강화했다. 한국당은 대통령 임기나 연임은 대통령 권한 분산이 이뤄지면 여당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무총리는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 중에서도 선출할 수 있게 했다. 당 관계자는 “재적 의원 과반의 찬성으로 선출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장관 등 국무위원도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같은 정부 형태는 차기 대통령부터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연임 대통령제로 바꾸는 내용의 대통령 개헌안과는 간극이 커 여야 협의 과정에서 대립이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당 개헌안은) 대통령 안과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 국회의원 특권은 폐지, 기본권 강화엔 소극적
한국당은 대통령 개헌안보다 국회의 권한을 더 강화한 만큼, 국회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항들도 포함시켰다. 국회의원의 대표적인 특권으로 꼽히는 불체포 특권은 대통령 발의안에 남아있지만 한국당 개헌안에서는 폐지하기로 했다. 면책 특권에 대해서도 좀 더 분명한 제한을 두기로 했다. 대통령 개헌안에 명시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를 막을 장치만 있으면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생명권 건강권 재산권에 대해서는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권 강화 등 그 외 대통령 개헌안의 기본권 조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2일 “특정 집단의 요구를 모두 수용해 헌법에 담는 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가 자원을 무한정 가진 것처럼 여기는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을 신설한 것에 대해서도 “법률을 넘어 헌법적으로 명시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한국당은 헌정특위의 활동 기한인 6월 말까지 여야 합의로 국회 개헌안을 발의하자며 여권이 요구하는 ‘6·13지방선거 동시투표’에 재차 반대했다. 한국당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구체적인 조문을 완성해 국회 헌정특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헌정특위는 각 교섭단체가 개헌안을 제출하면 운영을 재개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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