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박지원-안철수 몰랐다는건… 국민의당, 제보조작 머리 자르기”
“협치 말하면서 등에 비수 꽂아”… 국민의당, 국회 일정 보이콧 선언
黨靑 “합의 더 힘들어져” 곤혹
“‘추경’이 ‘추대’에 좌초됐다.”
문재인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국회 심사가 본궤도에 오르려는 순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한마디가 파문을 일으키자 정치권에서 터져 나온 말이다.
6일 국회를 스톱시킨 문제의 발언은 ‘머리 자르기’였다. 추 대표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에서 국민의당 ‘문준용 씨 의혹 제보 조작 사건’을 두고 “그 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와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이 몰랐다고 하는 건 (꼬리 자르기가 아닌) 머리 자르기”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발칵 뒤집혔다. “국회 앞에 단두대라도 세우자는 말이냐”(최경환 의원), “추경을 비롯해 ‘추’ 자 들어가는 건 다 안 된다”(김유정 대변인) 등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지도부도 직접 나섰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추 대표가 앞으로는 협치를 말하면서 등에 비수를 꽂았다”며 “(추 대표는) 당 대표직에서 사퇴함은 물론이고 정계 은퇴를 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추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끄집어내며 총공세를 폈다. “추 대표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고 탄핵이 기각된 뒤 삼보일배 하며 눈물을 흘렸는데 지금 보면 ‘악어의 눈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민주당의 유일한 ‘추경 도우미’였던 국민의당은 “민주당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국회 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이날 오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는 국민의당의 협조를 얻어 추경안을 상정하려 했지만 국민의당 의원들이 불참해 무산됐다. 이날과 7일 각각 예정됐던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만찬과 정세균 국회의장 회동에도 모두 불참한다.
‘추미애 후폭풍’은 추경에 그치지 않고 향후 ‘인사 정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은 “추 대표는 송영무 국방부·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함께 자진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제 국민의당과의 합의가 더 힘들어졌다. 장관 후보자도 처리해야 하는데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과의 협치를 위해 청와대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중요한 시점에 악재가 터졌다”고 했다. 추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당의 국회 보이콧에 “놔두자”고 말했다.
다만 이날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는 각각 박정화, 조재연 대법관 후보자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심사경과 보고서를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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