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삼성뇌물 추가수수 혐의를 심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핵심 증인으로 채택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과연 이번에는 이 전 대통령 재판에 출석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 전 기획관은 오는 4일 하루 동안 두 번의 재판을 연이어 치러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받는 것을 방조한 혐의에 대한 본인의 항소심 재판 선고와, 이 전 대통령의 삼성뇌물 추가수수 혐의에 대한 증인신문이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는 이날 오전 10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기획관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한 시간 뒤에는 바로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진행되는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이 열리는데,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겠다고 구인장까지 발부했다.
그러나 김 전 기획관이 이날 법원에 출석할지는 미지수다. 이 전 대통령 측이 증인으로 수 차례 불렀지만 단 한 번도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이 구인장까지 두 차례 발부하고 500만원의 과태료까지 부과했지만, 끝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지난 5월 열린 본인의 항소심 재판 첫 공판기일에만 휠체어를 탄 채 출석한 적이 있을 뿐이다.
만약 김 전 기획관이 불출석하면 어떻게 될까. 피고인이 불출석해도 선고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문 일이고 통상 재판부는 피고인이 불출석하는 경우 선고를 미룬다.
형사소송법 제277조는 공소기각·면소 재판을 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피고인의 출석 없이 선고를 할 수 있다. 공소기각은 재판권이 없거나 공소제기 자체가 법률에 위반됐을 경우를 말한다. 면소는 이미 확정판결이나 사면이 있거나, 공소시효가 완성됐을 때 내리는 판결이다.
김 전 기획관 사건의 경우 1심에서 면소판결이 난 국고손실 혐의를 제외하고는 공소기각이나 면소판결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설령 무죄로 선고할 예정이더라도 본인 출석이 있어야만 법원이 선고를 할 수 있다.
한 판사는 “보통 선고기일에 불구속 피고인이 불출석하면 선고기일을 변경한다”며 “그러나 별다른 사유 없이 또 다시 불출석하면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도 한다. 다만 무죄 선고를 하려고 할 경우 영장을 발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해 7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전 기획관의 불출석 상태에서 2심에서 1심 결론과 달리 유죄를 선고하려고 한다면 구속영장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만약 김 전 기획관이 불출석하더라도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삼성뇌물 추가수수 혐의 입증에 김 전 기획관의 증언이 꼭 필요하다고 보면 적극적으로 검찰이 김 전 기획관을 상대로 구인장을 집행할 가능성도 있다.
한 부장판사는 “지금까지는 김 전 기획관에 대한 증인신청이 이 전 대통령 쪽에서 신청한 거라 검찰이 구인장 집행에 소극적이었을 수도 있다”며 “검찰이 추가 혐의 입증에 김 전 기획관 증언이 필요하다면 적극 구인장을 집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전 기획관이 출석한다면 오전 10시 본인 재판의 선고가 끝난 후 법정 밖에서 바로 검찰 수사관들에 의해 구인장이 집행돼 이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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