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백준(79)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4일 본인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 ‘건강상 이유’로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선고 직후로 예정됐던 이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 증인신문도 무산됐다.
김 전 기획관은 이날 오전 10시20분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방조 등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 불출석했다.
김 전 기획관 측 변호인은 전날 ‘건강상 이유로’ 피고인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 김 전 기획관 측은 4월에 발급받은 진단서를 함께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 불출석으로 연기를 해야될 것 같다”면서 오는 25일 오전 10시20분에 선고 공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선고가 연기된 후 취재진이 ‘이 전 대통령 재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으려 무리하게 안 나온 것 아닌가’라고 묻자 김 전 기획관 측 변호인은 “잘 모른다. 확인해봐야 한다”고 답하며 법원을 빠져나갔다.
앞서 김 전 기획관은 지난 5월21일 열린 공판에 휠체어를 타고 나와 “제가 건강이 좋지 않아 재판에 나오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자숙해서 살아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검찰은 김 전 기획관에게 1심과 같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4~5월과 2010년 7~8월 김성호·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에게 국정원 특활비 각 2억원씩 총 4억원을 받아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김 전 기획관의 뇌물 혐의는 무죄, 국고 손실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 판결했다. 면소판결은 형사사건에서 실체적 소송조건이 결여된 경우에 선고하는 것을 말한다. 김 전 기획관이 자신의 선고 공판에 불출석함에 따라 이 전 대통령 항소심 증인 소환은 또 무산됐다. 9차례 증인신문 모두 불발된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김 전 기획관이 핵심 증인이기 때문에 반드시 증인신문이 필요하다며 이날 항소심 선고 공판 직후 증인으로 소환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전 대통령 항소심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이를 수용하고 구인장까지 발부한 뒤 이날 오전 11시 증인신문 기일을 잡았다.
구인장 집행 여부에 대해 검찰은 “본인 선고 공판이 있어서 경찰에 미리 연락해 검찰 수사관과 함께 법정에서 대기했으나 불출석해 집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김 전 기획관 항소심 선고 공판이 다시 잡힌 오는 25일에 증인신문 기일을 재차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양측의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다음 공판에 추가 심리 여부를 결정하겠다”면서 오는 17일에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과 최도석 전 삼성전자 경영총괄담당 사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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