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 권익위원장 밝혀
“밀접한 직무관련성 있어… 공식행사外 금품 받으면 처벌
김기식은 법 시행전… 대상안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사퇴 이유 중 하나인 피감기관 예산을 이용한 외유성 해외 출장은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첫 판단이 나왔다. 김 전 원장이 출장을 간 시기가 만약 법 시행일(2016년 9월 28일) 이후였다면 대가성 유무를 따져보지 않더라도 출장을 간 것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박은정 권익위원장(사진)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의원이 피감기관 지원으로 출장을 가는 건 청탁금지법에 위배된다고 생각한다. 권익위 자문단도 비슷한 사례에 대해 압도적인 다수가 위배된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국정감사 기간이든 아니든 피감기관과 해당 기관을 감사하는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은 상시적 직무관련성이 있다. 밀접한 직무관련성 때문에 ‘3만 원 이하의 식사’ 등 법이 원활한 직무 수행을 위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금품도 받아선 안 된다는 게 박 위원장의 설명이다. 다만 김 전 원장의 출장 시기는 법 시행 이전인 2014, 2015년이어서 청탁금지법이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다.
물론 김 전 원장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해외 출장을 갔더라도 법 적용을 받지 않는 방법은 있다. 해당 출장이 ‘공식 행사’라는 점, 항공료 등이 ‘통상적인 범위’였다는 점, 숙박, 식사 등이 모든 참가자에게 ‘일률적으로 제공’됐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김 전 원장이 정무위원 중 유일하게 혼자 간 출장을 공식 행사로 보긴 어렵다는 게 권익위의 해석이다.
김 전 원장은 2015년 피감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예산으로 인턴과 함께 9박 10일 일정으로 미국 및 유럽 출장을 갔는데, 당시 두 사람의 항공료만 해도 1476만 원, 숙박비는 320여만 원이었다.
권익위 관계자는 “정확한 판단은 사법기관을 통해야겠지만 항공료만 봐도 통상적 범위를 벗어났다는 것, 혼자 갔기에 해당 금품이 일률적으로 제공되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며 “정무위원 전체가 출장을 갔다고 해도 피감기관 예산으로 간 출장은 어떤 이유로든 법 적용 예외 사유인 공식 행사 등으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 역시 이날 “청탁금지법에는 이 경우를 예외로 볼 수 있는 조항이 없다”고 했다.
김 전 원장이 KIEP, 한국거래소, 우리은행 돈으로 간 출장 일정 중 상당 시간을 직무와 무관한 관광에 할애한 것도 공식 행사로 볼 수 없게 하는 근거다. 법 시행 이후였다면 김 전 원장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검찰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시행 전이라도 김 전 원장의 외유성 해외 출장은 형법상 뇌물죄로 처벌 가능하지만 이는 대가성이 철저히 입증돼야 해서 처벌이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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