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드루킹 “노회찬에 4600만원 줬다” 특검서 진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8일 03시 00분


주려했으나 안줬다던 진술 번복
“2016년 3월께 두차례 나눠 전달… 경공모 회원에 현금 빌려 경찰 속여”
특검, 증거조작 혐의 변호사 체포… 魯원내대표 “불법자금 받은적 없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수감 중)로부터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에게 불법 정치자금 4600만 원을 줬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이는 김 씨가 노 의원에게 돈을 주려고 한 적은 있지만 전달하지 않았다는 기존 진술을 뒤집은 것이다. 앞서 검찰은 2016년 7월 노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김 씨가 진술을 뒤집은 데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A 씨의 진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2차례 특검팀에 비공개 소환돼 조사를 받은 A 씨는 당초 이 같은 진술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경공모’에서 자금 담당을 한 ‘파로스’ 김모 씨(49)와의 대질신문 끝에 ‘드루킹’ 김 씨에게 돈을 빌려준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루킹’ 김 씨는 2016년 경찰 수사를 받을 때 회원들로부터 걷은 4600만 원이 노 의원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증거로 ‘띠지에 묶인 5만 원권 다발’ 사진을 제출했다. “전달하려고 하다가 실패해 현금을 보관 중”이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특검팀 조사에서 돈다발 사진은 A 씨가 빌려준 4200만 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기관을 속이기 위해 허위 증거를 제출한 것이다.

‘파로스’ 김 씨도 노 의원에게 돈이 전달된 사실을 처음엔 부인했다. 그러나 ‘드루킹’ 김 씨의 부인 최모 씨가 돈이 전달된 구체적인 경위를 특검에서 밝히자 기존 진술을 뒤집었다고 한다. 최 씨의 진술이 수사의 핵심 단초가 된 셈이다.

최 씨와 ‘파로스’ 김 씨 등의 진술에 따르면 노 의원에게 전달된 4600만 원 중 2000만 원은 2016년 3월 ‘드루킹’ 김 씨의 사무실이었던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일명 ‘산채’)에서 ‘드루킹’ 김 씨가 노 의원에게 직접 전달했다. 나머지 2600만 원은 열흘 뒤 ‘파로스’ 김 씨가 경남 창원시 노 의원의 국회의원 선거사무실에서 노 의원 부인의 운전사 장모 씨를 통해 전달했다.

특검팀은 ‘드루킹’ 김 씨가 자신이 만든 ‘경공모’의 회원 A 씨에게 돈을 빌린 뒤 계좌에 입금해 정치자금 전달 증거를 조작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김 씨의 변호인이었던 도모 변호사를 이날 새벽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공모’ 회원인 도 변호사는 김 씨가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인물이다. 도 변호사는 김 씨가 A 씨의 돈을 빌려 증거를 조작하는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노 의원의 고교 동창인 도 변호사가 증거만 조작한 게 아니라 김 씨와 노 의원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노 의원은 “김 씨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해 왔다.

한편 특검팀은 김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으로 ‘드루킹’ 김 씨에게 500만 원을 받은 한모 씨(49)의 집과 차량을 이날 압수수색했다.

김동혁 hack@donga.com·김은지·정성택 기자
#드루킹#노회찬#4600만원#특검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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